중국에 미쳤던 20년의 세월

엠젯패밀리가 다시 중원으로 향하는 이유

by TY

검객(劍客) — 가도(賈島)

十年磨一劍 (십년모일검) 십 년 동안 한 자루의 칼을 갈았으나
霜刃未曾試 (상인미증시) 서슬 퍼런 칼날을 아직 시험해보지 못했네
今日把示君 (금일파시군) 오늘 이를 그대에게 꺼내 보이노니
誰有不平事 (수유불평사) 누가 세상의 불공평한 일을 겪고 있는가?

1. 오만했던 첫 번째 10년
2003년, 청운의 꿈을 품고 십 대 중반에 건너간 중국에서 학부까지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제 손에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고 믿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중국의 문화 속에서 호흡했으니, 이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중원에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생활을 거쳐 야생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차가웠습니다. 저는 그저 '중국어 좀 할 줄 아는 패기 넘치는 청년'이었을 뿐, 실전에서 통하는 진짜 무기는 없었습니다. 제가 갈았다고 믿었던 검은 실전용이 아닌 관상용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 생존을 위해 다시 갈았던 두 번째 10년
그 후의 10년은 제 무기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뼈저리게 확인하는 고행의 과정이었습니다. 급격히 발전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고, 사드(THAAD)와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는 콘텐츠 산업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생존을 도모하고, 투자를 받고, 피봇을 거듭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 과정에서 뜨거웠던 열정은 무뎌진 현실주의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사드 정국 속에서 중국 파트너에게 주권국의 선택을 당당히 말하던 결기조차 소시민의 삶 속에서 희미해져 가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제 검은 그 모진 풍파를 숫돌 삼아 다시 날카롭게 갈리고 있었습니다.

3. 2026년, 세 번째 10년
대통령이 세 번 바뀌고, 거대한 국제 정세의 헤게모니 싸움 속에서 잠시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냅니다. "금융을 전공하고 대기업까지 다녔으면서, 왜 하필 콘텐츠 IP 사업이냐", "이제 중국은 좀 포기할 때 되지 않았냐. 뭐가 그리 아쉬워 못놓고 있냐" 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습니다. 이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무수히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어떤 제품으로, 어떤 전략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지 엠젯패밀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고민해왔습니다. 이제 중국은 한국에게 끝난 시장이 아니냐는 현실적인 냉소 앞에, 저희가 갈아온 서슬 퍼런 칼날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4. 다시, 중원(中原)으로
강력한 대한민국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엠젯패밀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중원으로 나아갑니다. 이는 단순히 중국어 잘하는 젊은이의 패기가 아닙니다. 일본 콘텐츠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고, 한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20년의 세월 동안 깎이고 다듬어진 정교한 전략과 인프라를 들고 나갑니다. 5천년 역사를 거쳐오며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멀었던 그들의 문화 속에,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각인시키고자 합니다.

중국 비즈니스의 거친 파도를 넘고 계신 모든 분께 응원을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제, 갈아온 검을 꺼내 보일 시간입니다.

가도의 검객.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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