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남은 그리움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같은 아파트 우리 집 바로 옆집에 사셨다.
현관문을 열고 몇 걸음만 걸으면 할머니 집이었고,
설날, 추석을 비롯한 때마다 잔칫집 분위기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만두
새해가 되면 할머니는 만두소를 만들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를 빚었고
떡만둣국을 끓여주셨다.
만두를 예쁘게 잘 빚어야
이쁜 딸 낳는다고 하셨는데
나는 아들만 둘이 되었다.
새해가 되자마자 할머니가 생각났다.
아마도 새해라는 건,
이렇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날이기도 한가 보다. 그렇게 만두를 혼자 빚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트에 가서 만두 재료를 사고
혼자 만두를 빚고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할머니가
소고기 꾸미를 넣은
경상도식 꾸미 떡국을 해주셨던 기억이 있어서
그대로 만들어보았다.
옛날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과
사골도 끓여서 가져다주시고
김장 때가 되면 김장김치도 챙겨주시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셨다.
음식에는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
본인 보다도 새끼들, 손주들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애정 어린 마음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셨을 때
별건 아니더라도 아침에 한 상 차려드린 적이 있는데 눈물을 훔치신 기억이 난다.
언제 이걸 다 했냐며
그리고 한참 뒤 내가 이혼하고
공황장애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뇌출혈로 할머니가 쓰러지셨다.
아프신 와중에도 늘 내 걱정뿐이셨고
나를 보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그때는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너무 힘들어서 찾아가 볼 엄두조차 안 났고
임종을 앞두고 나서야 병상에 계신 할머니를 뵐 수 있었다.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없어서
동생과 사촌오빠와 같이 갔고
의식이 없으셨지만 내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말은 못하시지만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한참을 울었다.
몇 년 만에 본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내가 병원에 다녀가고 다음날 긴 여행을 떠나셨다.
그때 힘들어도 찾아가 볼걸 지금까지도 후회가 남는다.
그리고
나는 유독 음식에 대한 추억이 많다.
엄마의 요리뿐만 아니라
친할머니, 외할머니의 음식도 그렇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도 음식 앞에서 유난히 감정이 많아진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할 때면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과
나를 키운 사람들의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요리는 나에게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인 것 같다.
말로 하지 못한 마음이 쌓여 있는 형태이고,
시간을 들여야만 완성되는 감정이다.
엄마와 할머니는
각자의 방식으로 나에게 같은 걸 가르쳐주셨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
매번 새로울 필요도 없다는 것.
내가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하지 않아도,
“이 음식 보면 엄마가 떠올라”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전히 내가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