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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루틴

밑반찬 만들기

by 테토솜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일하면서 애들 챙기면서 도대체 언제 어떻게 요리를 다 해먹어?" 였다.


내가 직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이 꽤 빠르다.

일도, 집안일도, 한 번 마음먹으면 후다닥 해내는 편이다.

분 단위로 쪼개서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하루의 루틴만큼은 꼼꼼히 짜두는 게 내 방식이다.

계획적인 J


평일엔 아이들이 일어남과 동시에 나만의 루틴이 시작된다. 일반 회사와 다르게 출근 시간이 비교적 늦어서 모든 집안일은 오전에 하는 편이다.


피곤할 수 있는 하루의 시작을 신나는 음악으로 깨우고 제일 먼저 세탁기를 돌리고 그동안 아침밥을 준비하고 밑반찬을 한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5가지 반찬을 만드는게 가능하다. 물론 국이나 찌개 포함!


1. 야채 손질 & 썰기
2. 볶음반찬, 무침반찬 분류하기
3. 끓이기, 볶기, 무치기

보통 퇴근길에 장을 보러 가는데, 마감세일 시간에 가면 야채들을 정말 저렴하게 구입가능하다.

그럼 일단 소분을 해놓고

다음날 밑반찬 만들때 식재료를 깔아놓고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어떤 순서로 만들 것인가, 몇시까지 끝낼 것인가를 계획한다. 그리고 삶고 끓이는 동안 썰고 무치고 동시에 반찬을 만든다.

물론 가스레인지 3구를 다 써가면서 반찬을 다 만들고 그동안 빨래 건조시키고 출근준비해서 출근을 한다.


살림을 도와주시는 어른들이 안계셔서 혼자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는 내가 터득한 나만의 방식이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이제는 냉동실에 만들어둔 밀키트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스스로 저녁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조금은 안쓰럽다가도, 곧 뿌듯해진다.

오전에 밑반찬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돌아왔을 때 냉장고 문을 열면 바로 꺼내 데워 먹을 수 있게, 하루의 끝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마무리하고 싶어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밥을 차리는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사는 일' 그 자체다.
일과 육아 사이, 그 짧은 오전의 시간은
내가 다시 나를 세우는 시간이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릴 수 있다는 것,

그게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이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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