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주된 관심사는 '나'였다.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사느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를 더 이해하기 위해 각종 성격유형검사나 적성검사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검사를 해도 결과를 받아보면 '내가 그런가?'정도의 반응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 하는 성격유형검사처럼 무의미한 게 있을까 싶다.
MBTI를 다시 해봤다. 많은 방황과 고민을 거쳐 나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된 후, 오랜만에 하는 성격유형검사였다.
INFJ
가장 흔치 않은 성격 유형으로 인구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고유 성향으로 세상에서 그들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집니다. 이들 안에는 깊이 내재한 이상향이나 도덕적 관념이 자리하고 있는데, 다른 외교형 사람과 다른 점은 이들은 단호함과 결단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라는 이상향을 꿈꾸는데 절대 게으름 피우는 법이 없으며,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이행해 나갑니다.
이상향
: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나는 늘,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실현된 사회를 꿈꾼다. '이상'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 나는 존재할 이유가 희미해서 괴로웠다.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고, 그 가치가 실현된 사회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은 생동감이 돌기 시작했다.
이행
: 실제로 행함
존재 이유와도 밀접할 만큼 이상은 나에게 아주 중요하지만, 이상만을 꿈꾸기에 나는 애매하게 현실적이다. 현실에서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는데 이상만 좇을 수 있는 타입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상이 '실현'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그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현실에서 변화가 있을 때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내가 꿈꾸는 이상향은 비인간 동물이 인간 동물로 인해 착취당하거나 학대당하지 않으며, 그들이 본성을 마음껏 표출하며 사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이상을 실현시키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에 비건 비누 공방을 운영하며, 끊임없이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비누 공방에서 하지 않을 법한 일을 많이 벌인다.)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만 좇는 사람을 보고 흔히 뜬구름 잡는다고 한다. 이상을 좇는 것에 대해 친구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봤다. "나도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여?"
그러자 친구가 대답했다. "뜬구름까지는 아닌데, 풍선 정도로는 떠 있어. 땅에 매어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둥둥 떠있지."
그 말이 나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 깔깔대며 웃었다.
풍선은 오늘도 꿈꾼다. 이상이 하루빨리 현실이 되어 온전히 땅에서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