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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Feb 12. 2024

프라하 호불호 갈리는 이유

프라하 비건 여행ㅣ너무 솔직한 후기인가 싶지만 



요즘 뜸한 이유는요,



누군가는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올라오던 여행기가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뜸한가, 하고 말이다. (아무도 안 궁금한가요..?)


개인적으로 바빠진 탓에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프라하 여행기를 쓰려고 하니 할 말이 많이 없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바로 프라하로 넘어가 여행해 보니 두 도시의 차이점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프라하 여행 내내 친구와 제일 많이 했던 얘기는, 베를린이랑 다르게 여기는 이렇네, 식의 대화였다. 덕분에 이번 여행을 통해 내 여행 취향에 대해서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행기를 계속 읽어온 분이라면 베를린이 내 취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를린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에 대해 정리한 글은 여기에



프라하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그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기에 나까지 포스팅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내 관점에서 남기고 싶은 정보들은 그 데이터가 많지 않았기에 (예를 들면, 프라하 비건 식당 정보)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보며, 왜 누구에게는 프라하가 인생 여행지가 되는 반면,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은지 적어보려고 한다.


* (당연한 얘기지만) 이 글은 제 관점에서 정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유럽스러움", 그리고 화려함



프라하에서는 (나를 포함한) 동양인들이 기대하는 소위 "유럽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프라하는 전쟁에서 파괴된 건물이 드물어서 중근대 시대의 유물,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편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거라 정확한 출처는 모름) 정말 어딜 가나 중세스러운 성이나 성당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바닥도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돌바닥이라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유럽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 자체가 화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내가 프라하를 방문했던 12월 초는 더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곳곳에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와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날 수 있어 도시 전체가 마치 크리스마스화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관광객의 도시



베를린에서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단지 동양인이 드물고 서양인이 많아서 티가 안 났을 뿐. (그들이 동양인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것처럼 저도 그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프라하에 넘어오니 관광 도시란 이런 곳이구나,라는 걸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람 적을 때 기다려서 찍은 게 이 정도


인구 밀도부터 달랐다. 베를린에서는 사람 너무 많다-는 느낌을 별로 받은 적이 없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랑 DB파업 때문에 만원 버스 탔을 때 제외) 프라하는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유명 관광지에 길게 늘어선 줄은 말할 것도 없고, 카를교, 구시가지, 신시가지 등등 유명한 스폿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났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 관광객들도 굉장히 많이 보였다.





하지만,



화려하고 소위 말하는 "유럽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프라하,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들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구시가지 시계탑 근처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은 프라하에서 열린 그 어떤 크리스마스 마켓보다 규모가 크고 화려했다. 베를린에 이어 프라하에서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을 질리게 봐 온 터라 그에 대한 감흥이 사라졌었는데, 이곳은 구경거리, 먹거리가 워낙 많아서 다시 그 감흥이 살아났었다. 




브런치만 먹고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서 이곳에서 요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일회용품이 너무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참고로 베를린에서 방문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이곳에서는 비건 먹거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들은 옥수수, 군밤처럼 비건이 아니려야 아니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래도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걸 하나쯤은 먹어보고 싶어서 베지테리언 덤플링도 사봤다. 비건이라고 적힌 메뉴는 없어서 베지테리언 메뉴 중 치즈 들어간 거 제외하고 채소가 들어간 덤플링으로 주문했는데, 먹다 보니 치즈로 추정되는 게 나왔다... (주재료가 채소라서 그것만 적어놨었나 보다...)




그리고 가장 마음이 안 좋았던 건 말이 끄는 마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프라하에서는 클래식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덕분에 클래식카를 타고 유명 스폿을 도는 관광상품이 유명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 끄는 마차로도 그런 관광을 하는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과 차로 북적이는 시내 한복판에서 말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는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살아있는 생명이 자동차와 같은 선상에서 상품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결론은요,



프라하 호

화려한 유럽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유명한 곳에서 인증숏을 많이 남기고 싶다면,

중근대 시대의 성이나 성당을 좋아한다면,


프라하 불호

비건,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고 싶다면,

비인간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면,

사람 많은 곳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난 관광지 찍는 여행보다 생활감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하고, 사람 많은 곳을 선호하지 않고, 비인간 동물의 지위가 높은 곳에서 비건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며 여행하길 원하기 때문에 프라하에서는 좋은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을 더 민감하게 캐치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본인이 원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고, 본인에게 잘 맞는 여행지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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