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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Jan 24. 2024

"좋은 바람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기억에 남는 한 마디  

"좋은 바람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출처:  <텐트 밖은 유럽> 스위스 편에서]


스위스 인터라켄 상공에서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이 이륙하기 직전 한 말이었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오직 바람 소리만 들리는 순간'이라는 자막이 뜬다.


해발 1900미터가 넘는 산 위.

밑은 낭떠러지.


난생처음 하는 패러글라이딩은 불안하고 두렵고 긴장되는 순간 청각에 집중한다.

날기 좋은 바람이 오는 순간을 위해.

그리고 그 바람이 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리다가 하늘 높이 떠오른다.

두려움은 곧 설렘과 짜릿함으로 바뀐다.

기억에 남는 인생의 몇 안 되는 명장면이 된다.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이미 돌아가긴 늦었고, 차마 눈을 뜨기 무서운 순간.  

막막하지만 그럴수록 차분히 호흡을 고르고 귀를 기울이며 잠시 기다린다.


좋은 그 바람이 오는 순간을...


그 순간이 안 올 수도..

위험에 빠질 수도..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한 번쯤 기다려보고 싶다.


나에게 맞는 좋은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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