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하길 잘했다.

브런치 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브런치 작가 승인 이후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처음보다 발행버튼 누르는 게 확실히 편해졌다.

공개 글에 익숙해지고 있단 의미다. 여전히 쉬운 건 하나도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브런치 하길 잘했다.'


작년 12월. 브런치 작가 신청이 제일 잘한 일이 됐다. 비록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룬다거나 내 글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이 생각은 견고하다. 그런 목적을 품고 들어온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생각지 못한 부분을 얻고 있으니.


브런치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난생처음 글쓰기를 제대로 공부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혼자 글을 쓸 땐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공개 글을 쓰면서 쏙쏙 드러났다.

현재는 고질적인 습관 고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지만, 무조건 양만 늘리고 싶지 않았다. 현 상태로는 제아무리 많이 써도 늘 제자리일 것 같았다. 질과 양이 균형 잡힌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요즘 신경 쓰는 부분은 이렇다.


반복

제일 많이 들은 지적이 '했던 말 또 하고'였다.

글의 흐름은 중구난방이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들쑥날쑥한 감정 그대로 글을 쓴 탓이다.

초안 쓸 땐 상관없는데, 퇴고할 때조차 고려하지 않아서 문제가 됐다.


비문

번역투 문체로 글을 종종 쓴다.

피동형이나 '~의, ~경우에는, ~관하여' 등을 유독 많이 썼다. 내 눈엔 너무 익숙해서 퇴고할 때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제일 바꾸기 어려운 습관 중 하나다.


문장 길이

일기를 쓸 땐 장문이 편했다.

'~ 그래서 그랬는데.. 세상에 그렇고 그랬지 뭐야. 이게 왜 말이 안 되냐면 말이지.... 블라블라~'

'그래서, 그리고, 그러나, 하지만' 등 접속어를 아무 생각 없이 썼다. 한 문단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장문은 퇴고가 어렵다. 단문 위주로 글을 쓰는 연습 중이다.


'문제점에 집중하며 글쓰기'가 습관이 됐다.

퇴고 방향이 전보다 명확해졌다.


'반복되는 문장은?'

'감정의 늪에 빠지진 않았는가?'

'글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표현되었는가?'

'비문은 있는가?'


어쩌면 당연한 퇴고방법이지만 솔직히 난 매번 신경쓰지 못했다. 이제라도 하면 됐지, 뭐...


내가 이렇게 글쓰기에 집중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막연히 글을 잘 쓰고 싶었는데, 요즘엔 구체적인 욕구가 샘솟는다.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고치고 싶다. 이런 톤 앤 매너를 갖고 싶다.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 등등.


변하고 싶은 점이 집중되니 책이나 강좌를 찾아서 보는 태도도 좀 달라졌다. 평소엔 그냥 봤다면 이젠 필요한 내용을 중점으로 찾아본다.


선택과 집중이 된다.


당장 필요한 부분을 다양하게 찾아보고, 적용해 본다.


물론, 단점도 생겼다.


-매끄럽지 못한 글

의식적으로 문장을 끊다 보니 흐름도 툭툭 끊긴다.

매끄럽게 글쓰기는 차후에 신경을 좀 더 쓰자고 마음먹었다. 아직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예전 글도 매끄럽지 못하긴 마찬가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

글 한 편 쓰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문제점을 자꾸 의식하고 글을 쓰다 보니 멈칫하는 순간이 잦다.

공들여 쓰는 것도 좋지만 글을 한 편 쓰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쓴다.

초안을 쉽게 못 쓰겠다. 퇴고를 수시로 하면 된다고 마음먹어도 예전 같지 않다.

신기한 경험이다. 내가 초안을 이렇게 오래 걸려 쓰다니.

글쓰기를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로 뛰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분량

비문을 안 쓰겠다고 퇴고하면서 많은 문장을 잘라냈다.

간혹 짧은 분량이 아쉽지만 긴 호흡으로 글을 쓰는 게 힘든 실정이라 포기했다.

좀 더 익숙해지면 자연히 분량도 길어지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엔 보인다. 완성된 글을 보면서 확실히 변화를 느낀다.

그만큼 글을 쓰고 퇴고하고 업로드까지 느린 편이라 글이 쌓이는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충분히 즐겁다.


분명 나는 1cm씩 성장하고 있다.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이 플랫폼을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는데.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될 줄이야..

확실히 혼자 글을 쓸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글을 쓰는 게 결국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


역시 이론 책만 계속 보는 것보다 문제를 풀면서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였다.

'직접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는 게 제일 빠른 지름길이다'라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인다.


난 이제야 글쓰기 기본을 익히고 있다.

갈 길이 멀다.

이 속도로 실력을 쌓고 언제 결실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즐거우면 됐다.


또 한 번 깨닫는다.


나 진짜 글 쓰는 거 좋아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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