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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Feb 28. 2024

[전시]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just my feeling, 전시 후기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에르베 전시를 나와서 방문한 두 번째 전시.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에르베와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이라 새로웠다.

전시를 여러 개 볼 때 나만의 테마처럼 묶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스함과 포근함


이 전시를 보면서 느낀 점을 키워드로 꼽으라면

따스함과 포근함이었다.


왠지 모르게 긴장감을 놓게 되는 편안함까지..  

그 기분은 전시를 보는 내내 느껴졌다.


따듯한 색채 때문일까? 아님 그림책 속 주인공 같은 저 소녀 캐릭터 때문일까?


#웃지 않는 소녀

아야코 그림 속 소녀는 환하게 웃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무언가 못마땅한 듯 시니컬한 표정을 짓는다. (아주 가끔 웃는) 소녀의 존재 자체가 풍기는  따스함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따스함은 어디서 느끼는 걸까?


이 질문 하나를 마음에 담고 전시를 봤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림 속 소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귀엽다.


그녀를 둘러싼 배경이 포근하다. 주위에 친구들 즐겁게 함께 있다. 소녀와 대비되는 표정, 따뜻한 색채.

작품 속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쉽게 읽을 수 있다.

'귀여운 심통을 부리고 있구나... '


오히려 소녀의 표정이 주변의 따듯함을 배가시키는지 모르겠다. 어떨 땐 무뚝뚝고, 어떨 땐 장난스럽고, 어떨 땐 살짝 삐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그 소녀를 모두 사랑스럽게 받아주마음이 느껴졌다.

어떨 땐 살짝 얄미울 것 같기도 하지만..


분위기를 느끼고부터 그림책 장면처럼 느껴졌다.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

내가 느낀 따스함의 원천은 그것이었다.

 

이런 효과를 알고 그린 걸까?


알고 그렸듯 모르고 그렸듯 매력적인 작가다.


# 자유로움

아이들이 그린 낙서 같은 그림은 오히려 마음속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낙서로 보든, 작품으로 보든 

그린 사람의 자유처럼, 그림을 보는 사람도 자유롭게 면 그뿐이다. 아야코 또한 그림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의미를 두려 했면 오히려 이런 작품이 나오지 못했겠지..

"아야코 록카쿠는 그림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사전스케치나 구상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손을 캔버스에 뻗어 그림을 그리죠. 그래서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꼭 모든 일이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엔 그런 마음이 자리 잡았다.

모든 일에 '의미 없음'을 견디지 못하던 나였다. 매 순간 '의미 이름표 붙이기'너무 힘들었다. 조금씩 그 마음을 살포시 밀어냈다. 한 번에 잘 안 돼서 조금씩 조금씩, 손안에 모래를 손가락 사이로 흘러 보내듯이 버렸다.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없더라도, 일회성으로 끝나더라도 상관없다. 모든 일이 다 의미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난 의미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삶은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 희로애락으로 채워가면 다. 그 자체가 의미 있다. 그걸로 됐다.


자기 방어기제든, 합리화든 나는 내 삶을 힘들게만 하는 '의미 찾기'를 그만뒀다.

그래서일까? 아야코가 그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은 왠지 위로가 됐다. (이상한 연결고리...)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괜찮아. 


# 숨은 그림 찾기 (도상찾기)

그녀의 그림 속에 숨겨진 도상찾기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즐겁다. 그냥 지나쳤을 그림 앞에 꽤 오래 붙잡아 두는 역할도 다.


의도적인가.. 똑똑한 걸...


# 다양한 재료 (골판지 등)

골판지, 가방, 뽁뽁이까지..

재료는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손으로 물감을 느끼며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자유로운 모습을 떠올린다.


'얼마나 즐거울까'


골판지에 손으로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상상 속 그녀 모습은 내 유년기 시절, 마냥 즐겁게 그리는 모습을 호출하고 말았다.


단지 손의 촉감에 집중하고, 하나씩 그어지는 선의 색에 집중하며 어쩔 땐 벽에, 어쩔 땐 종이에, 어쩔 땐 바닥에 마구 그렸던 시절. 한숨 쉬는 부모님을 뒤로한 채,

그때 기억은 '즐거움'이라는 감정 하나로 각인됐다.


나도 모르게 몸과 손이 근질근질하다.

당장이라도 물감을 마구 풀어서 손으로 치덕치덕 종이에 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어릴 때처럼 큰 벽에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이렇게 강한 욕구는 오래간만이군'


피식 웃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보다.

전시 끝 자락에 이런 게 있다!!!

이런 건 귀찮아서 안 하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기다렸다는 듯 마구 그어봤다.


(* 웬만하면 해보길 추천합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느끼는 어떤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었거든요... 나만 그런가...)


전시를 취미로 보기 시작한 지 1년 남짓.

아직 무엇을 얻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크게 고민하지도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무의식적으로 '다음 전시는 무얼 보러 가지?' 하며 예매를 하고 있는 내 모습. 전시장까지 가는 귀찮음을 참고 꾸역꾸역 집을 나서는 내 모습.. 전시를 보면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는 내 모습이 조금 기특하달까.


또 한 가지,

전시를 보면서 혹은 전시를 보고 나온 후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어떨 땐 부럽고, 어떨 땐 즐겁다.

어떨 땐 괜히 봤다 싶고, 어떨 땐 또 보고 싶다.

설명이 잘 안 되는 그 외 감정들 까지..


그림을 잘 몰라서 지식을 얻는 것 같진 않고..

냥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이 좋아 다음 전시를 또 예매한다....


의외의 선순환..


#그 외 작품들


# 전시정보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시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전시기간: 24. 03. 24까지


관람시간: 10시~ 저녁 7시까지 (입장마갑 6시 10분) 매주 월요일 휴관


티켓 가격:

성인 20000원

청소년 16000원

어린이 12000원

(36개월 미만 무료입장. 특별할인권 현장판매 (문의))


전시 문의: 02- 837-6611


주차할인:

평일 3시간 4000원 (초과 시 10분당 1000원)

휴일 3시간 6000원 (초과 시 10분당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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