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운동 ing
40대가 되면서 몸의 변화는 실체로 나타났다. 앞자리 4로 바뀌면 몸이 달라진다더니 사실이었다.
활동량이 조금만 줄어도 '아, 몸이 무거워졌구나' 하고 느낀다. 그럴 땐 살짝 겁이 난다.
한동안 체중확인을 하지 못하고 미루다가, 체중계에 오르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2Kg 증가.....
나는 살이 찌면 안 된다.
정형외과 선생님이 현재 몸무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되 1Kg라도 빠져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찌는 건 1kg도 안된다고 당부했다.
허리를 위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몸은 정직하다. 살이 찌자 목부터 어깨, 허리, 다리까지 통증이 재발했다.
한 번 터진 허리 디스크는 완치가 없다. 괜찮다가도 조금 방심하면 바로 응징하듯 통증을 일으킨다. 징글징글하다. 허리가 아픈지도 벌써 3년째.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 이 통증을 당장 움직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다. (통증이 오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인가... )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알고리즘을 통해 보게 된 전문가의 영상에서 한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 1Kg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아세요?
1300만 원입니다. 근육이 감소할수록 회복 탄력성은 늦어져요.
이 근육이라는 건, 아파서 누웠다가도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힘입니다. "
이번 코로나 후유증이 꽤 길게 갔다. 기침이 한 달 넘게 이어져 얼마 전까지 약을 먹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 며칠 전 만난 친구가 걱정돼서 확진판정을 알렸었다.
결과적으로 그 친구는 나와 함께 커피숍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음에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100%는 아니겠지만, 결국 모든 것은 면역력이다.
내 면역력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근육과도 연관이 있다고 늘 생각한다.
'일상 속 운동이 필요하다'
헬스나 요가는 열심히 다니다가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이어지기 힘들다.
그것보다 늘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
규치적으로 하되 쉽게 할 수 있고, 운동 효과는 볼 수 있으면서 부담은 없는 운동...
그렇게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방식은 이렇다.
-언제든 바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다.
-밥을 먹고 바로 앉지 말고 외투만 살짝 걸치고 대문을 나온다.
-15층까지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온다.
-끝
왜 한 번밖에 안 하느냐고 질문한다면..
1회에 1번이지만, 대신 수시로 한다.
하루 한 번은 필수고,
책상에 앉아있다가 집중력 떨어지면 한 번,
밥 먹고 바로 의자에 앉지 않고 한 번 ,
저녁 먹고 남편과 한 번 오르는 식이다.
산책과 병행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생존운동을 시작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나처럼 운동습관이 없는 사람이 생존을 위한 운동을 할 경우 여타 다른 목적이 있는 운동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양과 시간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날 잡고 운동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계단 오르기는 몇 번 시도해 본 적 있다.
한 번에 15층까지 3-4번 왕복하며 30분에서 1시간가량을 했었다. 굳은 의지로 며칠은 가능했으나, 너무 힘든 기억 탓에 선뜻 대문을 열고 나가기가 싫었다.
스스로 관대해지는 것도 문제였다.
'며칠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하고 있어. 그것도 15층까지 왕복 3-4번을. 대단하잖아. 하루 쉴 자격이 있지.'
그렇게 스스로 대견해하며 다음날도 휴식을 주면서 결국 끝이 났다. 이번 생존운동을 고민하는 부분은 세 가지였다.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생색낼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여러 외부 환경 탓을 할 게 없어야 한다.
-운동을 하고 피곤해져 다른 일에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
집중 안 되고 답답할 때 산책을 나가는 것도 기껏해야 하루에 한 번이다. 걷기 운동도 좋지만 하루 한 번 3-40분 산책량 정도로 근육을 만들긴 힘들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번씩 산책을 나가거나, 한 번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계단 오르기는 심적 부담이 적고, 시간 대비 운동 효과를 느낄 수 있어 나한테 맞았다. 15층까지 한 번 오르기만 해도 헥헥 거리는 내 체력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가
'1회에 한 번 15층 수시로'였다.
운동에 드는 시간은 10분 정도.
천천히 걸을 때 기준이다. 아파트 계단 층고가 낮아 더 편하게 걷기가 가능하다.
계단 오르기를 시작하고 집 나간 집중력이 돌아왔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통증이 조금씩 약해진 덕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내게 맞는 운동과 운동방식을 찾았다는 기쁨도 다시 의욕을 부르는 원동력이다.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부담이 없다는 게 제일 좋다.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계단을 오르고 들어와서 다시 앉으면 되니 말이다.
그 어떤 것이든 제일 중요한 건 '나'와 맞아야 한다.
생존운동은 무엇보다도
나와 맞는 걸 찾는 것부터 시작했어야 됐다.
말 그대로 나의 생존이니까...
이제 추가적으로 저녁에 TV를 보면서도
까치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어깨와 팔 스트레칭도 한다. 내 생존운동은 일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