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뮤즈 Jun 27. 2024

근육 1Kg의 가치

생존운동 ing

40대가 되면서 몸의 변화는 실체로 나타났다. 앞자리 4로 바뀌면 몸이 달라진다더니 사실이었다.

활동량이 조금만 줄어도 '아, 몸이 무거워졌구나' 하고 느낀다. 그럴 땐 살짝 겁이 난다.

한동안 체중확인을 하지 못하고 미루다가, 체중계에 오르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2Kg 증가.....


나는 살이 찌면 안 된다.

정형외과 선생님이 현재 몸무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되 1Kg라도 빠져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찌는 건 1kg도 안된다고 당부했다.

허리를 위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몸은 정직하다. 살이 찌자 목부터 어깨, 허리, 다리까지 통증이 재발했다.

한 번 터진 허리 디스크는 완치가 없다. 괜찮다가도 조금 방심하면 바로 응징하듯 통증을 일으킨다. 징글징글하다. 허리가 아픈지도 벌써 3년째.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 이 통증을 당장 움직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다. (통증이 오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인가... )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알고리즘을 통해 보게 된 전문가의 영상에서 한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 1Kg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아세요?

1300만 원입니다. 근육이 감소할수록 회복 탄력성은 늦어져요.

이 근육이라는 건, 아파서 누웠다가도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힘입니다. "  


이번 코로나 후유증이 꽤 길게 갔다. 기침이 한 달 넘게 이어져 얼마 전까지 약을 먹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 며칠 전 만난 친구가 걱정돼서 확진판정을 알렸었다.

결과적으로 그 친구는 나와 함께 커피숍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음에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100%는 아니겠지만, 결국 모든 것은 면역력이다.

내 면역력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근육과도 연관이 있다고 늘 생각한다.  


'일상 속 운동이 필요하다'  


헬스나 요가는 열심히 다니다가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이어지기 힘들다.

그것보다 늘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   


규치적으로 하되 쉽게 할 수 있고, 운동 효과는 볼 수 있으면서 부담은 없는 운동...  


그렇게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방식은 이렇다.

-언제든 바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다.

-밥을 먹고 바로 앉지 말고 외투만 살짝 걸치고 대문을 나온다.

-15층까지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온다.

-끝


왜 한 번밖에 안 하느냐고 질문한다면..  

1회에 1번이지만, 대신 수시로 한다.


하루 한 번은 필수고,

책상에 앉아있다가 집중력 떨어지면 한 번,

밥 먹고 바로 의자에 앉지 않고 한 번 ,

저녁 먹고 남편과 한 번 오르는 식이다.

산책과 병행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생존운동을 시작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나처럼 운동습관이 없는 사람이 생존을 위한 운동을 할 경우 여타 다른 목적이 있는 운동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양과 시간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날 잡고 운동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계단 오르기는 몇 번 시도해 본 적 있다.

한 번에 15층까지 3-4번 왕복하며 30분에서 1시간가량을 했었다. 굳은 의지로 며칠은 가능했으나, 너무 힘든 기억 탓에 선뜻 대문을 열고 나가기가 싫었다.

스스로 관대해지는 것도 문제였다.


'며칠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하고 있어. 그것도 15층까지 왕복 3-4번을. 대단하잖아. 하루 쉴 자격이 있지.'  


그렇게 스스로 대견해하며 다음날도 휴식을 주면서 결국 끝이 났다.  이번 생존운동을 고민하는 부분은 세 가지였다.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생색낼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여러 외부 환경 탓을 할 게 없어야 한다.

-운동을 하고 피곤해져 다른 일에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  


집중 안 되고 답답할 때 산책을 나가는 것도 기껏해야 하루에 한 번이다. 걷기 운동도 좋지만 하루 한 번 3-40분 산책량 정도로 근육을 만들긴 힘들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번씩 산책을 나가거나, 한 번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계단 오르기는 심적 부담이 적고, 시간 대비 운동 효과를 느낄 수 있어 나한테 맞았다. 15층까지 한 번 오르기만 해도 헥헥 거리는 내 체력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가

'1회에 한 번 15층 수시로'였다.  


운동에 드는 시간은 10분 정도.

천천히 걸을 때 기준이다. 아파트 계단 층고가 낮아 더 편하게 걷기가 가능하다.   


계단 오르기를 시작하고 집 나간 집중력이 돌아왔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통증이 조금씩 약해진 덕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내게 맞는 운동과 운동방식을 찾았다는 기쁨도 다시 의욕을 부르는 원동력이다.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부담이 없다는 게 제일 좋다.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계단을 오르고 들어와서 다시 앉으면 되니 말이다.  

그 어떤 것이든 제일 중요한 건 '나'와 맞아야 한다.


생존운동은 무엇보다도

나와 맞는 걸 찾는 것부터 시작했어야 됐다.


말 그대로 나의 생존이니까...  

이제 추가적으로 저녁에 TV를 보면서도

까치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어깨와 팔 스트레칭도 한다.  내 생존운동은 일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