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운동 ing
운동이 싫은 이유 중 하나는 '지루함'이었다.
특히 러닝머신은 지루함의 끝판왕이었다. 예전 고문도구로 발명됐다고 하니 말 다했다.
러닝머신 TIME에 눈이 계속 갔다. 굼벵이처럼 더디게 흘렀다. 보지 말자 마음도 먹어보지만, 자꾸 눈이 간다.
헬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도 집중해 보고, TV도 보고,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었다.
온라인 강좌를 듣기도 했다. 운동도, 강좌도 집중이 안 됐다. 지루함은 운동습관이 들기 어려운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었다.
생존운동을 시작했을 때도 그 고민은 여전했다. 러닝머신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유산소 운동의 필요성을 익히 알고 있다.
근력운동 앞 뒤로 유산소 운동하기.
운동의 '운'도 모르면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문제다.
그래도 허리 통증으로 시작된 생존 운동은 다행히 의지가 달랐다.
'지루하다고 안 할 수 없지.'
몸에 집중해 봤다. 두 팔을 크게 휘두르고, 호흡에 집중하고, 한 발 한 발 신중히 내딛으면서. 전보다 집중은 했지만, 한계는 분명 있었다. 문득, '오디오 북을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 북은, 전자책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AI나 성우분이 읽어준다.
라디오를 듣는 기분으로 귀에 꽂고 있으면 된다.
'책은 눈으로 읽는 거지' 하는 생각에 오디오북을 외면했었지만, 이런 때는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평소 시간 내서 읽지 못했던 가벼운 책 한 권을 찾아 틀었다. 듣기 편한 목소리, 또렷한 발음, 적당한 크기는 생각보다 좋았다. 점점 말소리에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다리는 기계처럼 움직였다. TIME에 시선이 덜 갔다. 10분이 생각보다 금방 흘러갔다. 이후, 러닝머신을 하는 시간= 오디오북 듣는 시간이 됐다.
헬스장 가기 싫을 때는, 가서 '오디오북이라도 듣고 오자'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운동이 너무 싫었던 나는 그 시간을 다른 시간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아직도 운동 습관은 미미하다. 러닝과 근력운동 합쳐서 30분만 하고 돌아오기도 하고, 러닝만 슬쩍하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근력운동도 루틴에서 한 두 개 빼먹고 할 때도 있다.
그래도 '헬스장 가기'는 확실히 습관이 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그 변화조차 처음 겪는 일이니까. 목표를 정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한 달 동안 헬스장에서 책 한 권 오디오북으로 완독 하기' 같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까짓 운동 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