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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Jun 27. 2024

역시 운동하고는 악연이다.

생존운동 ing 

생존운동은 말 그대로 '건강을 위해, 살기 위해' 시작됐다. 신체 노화가 시작되면서 발생한 허리통증, 근육량 감소 등의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평생 운동과 인연이 없던 나는 이번엔 진짜 운동습관을 만들겠다고 한 달간 발버둥을 쳤다.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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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감염....  


헬스장에서 옮겨왔다고 확신할 순 없다. 워낙 운동을 싫어하니, 마냥 미워서 이런 판단을 내렸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 주에 내가 다녀온 곳이라고는 헬스장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간 이를 악물로 만들던 운동습관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추석 전날. 병원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남들 황금연휴를 나는 방 침대에 누워 약에 취한 나날을 보냈다. (누가 재감염은 증상이 약하다고 했는가... 경험상 증상 강도는 같았다. 아픈 기간이 조금 단축됐을 뿐...)  


한참 끌어올린 의욕은 비눗방울 터지듯 '폭'하고 터져버렸다. 이 정도면 운동하고 인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의지와 상관없이 운동습관이 끊어진 적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1. 


비가 많이 오는 날, 가기 싫은 마음을 꾹 참고 헬스장을 향했다. 스스로가 너무 기특했다. 헬스장 계단을 내려가던 그 순간, 운동화가 계단 바닥을 쓸며 위로 솟았다. 나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벌떡 일어났다가 그 자리에서 다시 미끄러졌다. 하필 헬스장 계단은 대리석이었고, 빗물이 고이며 미끈거림을 뽐내고 있었다. 헬스장을 빨리 가려는 마음에 미처 계단 상태를 확인 못한 내 잘못이다. 같은 자리에서 두 번이나 미끄러진 나는 계단 밑에 있던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어날 수 없었다. 


'제발, 나한테 관심 갖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어딜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언제 고개를 들고일어나 이 자리를 떠나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괜찮냐'며 걱정 어린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눈도 못 마주친 채 '네네, 괜찮아요.' 하며 넘어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환불을 했다. 한동안 운동은 꼴도 보기 싫었다.  


#에피소드 2.


어릴 때 테니스를 재밌게 배운 기억이 또렷했다. 큰 마음먹고 남편과 주말마다 테니스를 배우러 다녔다. 

다소 늘어질 수도 있는 주말, 나름 활력이 생겨 좋았다. 테니스는 나와 잘 맞았다.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꾸준히 다니면서 체력도 기르고, 테니스 실력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 

'내가 이렇게 운동을 좋아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실내 테니스장은 그렇게 운영을 한동안 못했다. 원치 않은 이별을 했다.  


#에피소드 3. 


제대로운동을 배운 적이 없는 나는 헬스 기구를 잘 모른다. 운동기구 방법도, 운동 효과도, 올바른 자세도 잘 알지 못한다. 괜히 운동하다 다칠 수 있으니 유튜브에서 단순한 운동기구 몇 개를 골라 공부를 했다. 한동안 남편이 운동기구 사용법과 자세를 가르쳐줬다.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해야 할 운동기구 몇 개만 딱 정해서 그것만 해." 


웃으며 큰소리쳤다. 


'걱정하지 말라고. 더 하라고 해도 안 한다니까.'


사람은 절대 큰소리를 치면 안 된다. 단정 지으면 안 된다. 변하니까 사람이다.  

한 동안 정해진 운동기구만 정해진 양만큼 했다. 익숙해진 만큼 의욕이 상승한다. 


의욕이 충만하던 어느 날, 

몸도 마음도 가볍게 헬스장을 향했다. 그날따라 정해진 운동 루틴을 금방, 손쉽게 끝냈다. 왠지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러닝머신이나 더 할 것이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레그 프레스'를 건드렸다. 헬스장에서 새 기계를 들여놨는지 깨끗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그날따라 내 눈에 띈 게 화근이었다. 레그 프레스는 철판을 두 다리로 지탱한 채 위로 올리는 운동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유튜브로 대충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확인하고, 자세를 잡았다. 나한테 맞게 기구를 조정하려던 찰나, 철판에 오른쪽 무릎이 부딪쳤다. '아' 하는 소리가 났다. 엄청 세게 부딪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살짝 살펴보니 멍이 들진 않았다. 조심스레 집에 와서 며칠 쉬면 되겠지 했다.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갔다. 무릎 주변 뼈에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  MRI를 찍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다행히 뼈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지만,  치료는 필요한 상황이었다. 두 달간 연골재생 치료를 받았다.  


 테니스는 그렇다 쳐도, 헬스를 다니다가 다친 건 분명 내 잘못이다. 운동은 잘못이 없다. 근육이 없어서 늘 잘 넘어지고 미끄러진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원망감은 든다. 잘해보겠다고, 이번엔 진짜 열심히 해 볼 거라고 두 손 불끈 쥔 손바닥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늘 의욕을 꺾는지. 아무리 내 잘못이라고 해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의욕은 사그라든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던 중, 친구가 말했다. "넌 그냥 운동하지 마." 

발끈해서 말했다. "아냐, 이렇게 되면 나도 그만둘 순 없지. 11월에 다시 시작할 거야."  


단순 오기는 아니다. 몇 년간 운동습관을 들이겠다고 발버둥 치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면서 잃기만 한 건 아니다. 운동을 안 갈 핑계보다 가야 할 이유를 만들기 시작했고, 전보다 나한테 맞는 운동방법을 찾았고, 

땀을 내고 씻고 나올 때 개운함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다치지 않으려고 운동할 때 더 집중을 하게 됐다. 

차라리 다시는 운동 안 해! 하면 나을지 모른다. 그래도 아직 나는 운동에 미련이 뚝뚝 떨어진다. 

이 정도면 악연이 맞다. 끊어내지도, 끊지도 못하는 질긴 악연.  


당분간 홈트를 조금씩 하고, 걷기 운동을 하려고 한다. 꼭 헬스장을 가서 기구를 들어야 운동인 건 아니니까. 

다시 헬스장을 끊고, 6개월 이상 무사히, 꾸준히 다니는 날이 과연 있을까. 


내 인생에서 그런 날이 올까? 이제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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