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운동 ing
생존운동의 가장 큰 단점은 '연속성이 없다는 것'
오뚝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는 자부심이 그나마 단점을 상쇄했다.
작심삼일.
나의 작심삼일은 3일 하다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반복이었다. 또 포기하더라도 다시 시작에 주저함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5월에 헬스를 끊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석률은 높지 않았다. 날이 더워지면서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씩 돌았다. 이른 저녁, 해는 없지만 여전히 밝고 선선한 덕에 즐겁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꾸준히 운동을 못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40대 이후 잃어버린 건강과 체력, 이러다가 근육거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일 컸다.
게다가 운동을 너무너무 싫어하던 내가, 이래서 운동하는구나 하는 정도는 발전한 덕도 있다.
러닝머신을 뛰면서 오디오북 듣는 재미를 알았고, 땀을 흘린 뒤 씻고 오는 개운함이 좋다.
운동을 아예 안 하기엔 신경이 쓰이는 정도는 됐다. 이것도 작심삼일 반복 효과일까?
운동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던 하나는, '이 정도로 운동이 될까?'였다.
근육량도 별로 없다 보니 조금만 운동해도 힘이 들었다. 그 힘든 걸 참아야 운동이 되는데, 그게 싫었다. (운동 맞아?) 운동강도는 늘 힘이 들기 직전에 끝나는 수준이거나, 빠른 걸음으로 산책하는 정도로 끝났다. 나를 괴롭히면서까진 하긴 싫었다.
자연스럽게 운동모토는 '힘들지 않은 선에서 즐겁게'였다. '운동 =힘들지 않게, 즐겁게'가 성립이 되는 공식인지 의문이지만,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합리화가 발동됐다. 이번에 마음을 다잡은 건 건강검진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올해 유난히 체력 딸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래된 신념을 바꿨다.
'즐겁게 하되, 운동답게 해 보자.'
"요즘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도 좀 뛰어볼까?"
"뛰면 좋다고 하더라."
남편과 동네를 조금 뛰어보기로 했다. 달리기를 떠올리다니.. 놀라운 발전이다.
달리기는 2019년 10km 마라톤을 한 번 경험한 게 전부였다. 그것도 달렸다기보다 빠르게 걸어서 완주를 했지만 말이다.
어디를 뛰면 좋을까 고민 끝에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개방운동장은 저녁 8시 반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10년 넘게 살았는데, 처음 가 봤다.
사람은 마침 없었고, 흙으로 된 운동장에 인조 잔디로 표시가 돼 있다. 반가웠다. 향수가 느껴진다.
살살 5바퀴를 걷고, 3바퀴를 뛰었다. 어린 시절 이어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의외로 달리기는 좋았다. 심장은 격하게 뛰었고, 땀은 나지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
고작 하루 뛰고 장담할 순 없지만, 달리기가 좋다고 느낀 건 꽤 신선했다. 바람을 가르며 뛰는 기분.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 이래서 뛰는구나..
마음껏 뛰어본 적이 언제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집에 오는 길엔 계단 오르기로 마무리를 했다. 씻고 나와 쉬는데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기분 좋은 통증이었다.
역시.. 이 정도는 해야 운동한 기분이 드네..
아무리 생존을 위한 운동이라지만, 운동은 운동답게 해야 한다는 뒤늦은 깨달음.
이제 장마가 시작된다니 나의 달리기 의지는 또 꺾일 예정이다. 대신 헬스장을 끊어 러닝머신에서 뛰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오늘처럼 뛰기로 했다.
나의 생존운동은 나름 이렇게 또 한 단계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