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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Jul 29. 2024

근육 한 스푼, 체지방 한 줌

미미한 변화 시작

운동효과가 눈으로 보이면 중독이 된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중독이다. 나처럼 운동과 담쌓은 사람은 절대 걸릴 수 없는 중독이었다.

정말 특별한 사람만 걸릴 것 같지만, 주변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20대 때 친구가 헬스를 다니더니 운동 중독에 빠졌다. 같이 놀다가도 헬스를 가야 한다며 바삐 갔다. 서운함을 내비쳐도 소용없었다. 단호한 모습이 한편 부러웠다. 헬스만 안 했지, 원래 운동을 좋아하던 친구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도 친구 여럿이 운동 중독자가 됐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친구들이 몸소 증명해 준 셈이다.


운동 중독된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재밌어."

"운동 안 가면 허전해."

"아침에 운동 1시간 하고 부족해서 저녁에도 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운동이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나만 그 매력을 모르는 걸까?

운동과 결이 잘 맞는 사람이 따로 정해진 걸까?

나처럼 생존운동만 해서는 그 매력이 뭔지 평생 알 수 없겠지?


의문은 들었지만, 딱히 답이 궁금하지 않았다. 평생 모르고 산다고 문제 될 게 없으니까.


굳이 몰라도 되는 일이었는데 다시 호기심이 생겼다. 생존운동이 습관이 잘 안 되면서 자책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아예 운동을 안 할 때는 나와 다른 세상이려니 생각해서 전혀 상관없었는데,

지금은 보이는데도 안 잡히는 기분이었다. 아예 안 보이는 게 낫지, 그 기분이 더 싫었다.


운동에 재미가 붙는 기분을 알고 싶었다.

제일 궁금한 건,


'어느 지점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였다. 


중독은 보통 빠른 보상으로 이어지는 행위에서 나타난다.  운동은 결과가 바로 보이는 행위는 아니다.  


대체 그 결과가 언제 나오는 건데!


운동효과가 눈으로 보일정도면 어느 정도 강도로, 얼마나 견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인내심과 거리가 먼 운동 무지렁이는 작심삼일도 힘드니 눈에 보이는 게 있을 리 없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마음을 내려놨다. 생존운동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 아니던가.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운동량이 적은 만큼 식단을 조절했다.


내 기준에서 식단조절은,


평소 먹던 몸에 안 좋은 음식을 줄이거나 거하게 한 끼 차려먹는 일을 줄이는 것.

예를 들어 밀가루, 라면, 피자, 치킨, 인스턴트, 술 먹는횟수를 줄이고, 저녁을 가볍게 먹기.

야식 먹지 말기


이 정도다. 남들처럼 다이어트 식단을 하고 , 탄수화물을 끊고, 먹고 싶은 걸 참는 일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다이어트나 이쁜 몸매 만들기가 아니라 정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니 식단조절도 그 정도 선에 맞췄다.


생존운동을 들쑥날쑥하면서 미비한 변화가 꿈틀거렸다.


‘즐겁게 하되, 운동답게 하자'를 시작한 것. 


생존운동의 문제점은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뿐, 제대로했다는 기분은 잘 안 들었다. 산책을 하면서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생각날 때 뛰었다. 걷다가 뛰다 하는 게 전부지만 운동을 제대로 한 느낌이었다. 그전엔 땀이 나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조금씩 뛰었더니 매번 땀이 흘렀다. 땀이 나고 씻으면 개운했다. 그 개운함이 좋아졌다.


운동다운 운동을 시작하고, 남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몸이 전보다 가볍다고 느꼈다. 원래 밑바닥에서 조금이라도 올라올 땐 티가 쉽게 나는 법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왠지 몸이 가벼운데? 혹시 살이 빠졌나? “


한동안 멀리했던 스마트체중계를 꺼냈다.

스마트체중게를 다 믿을 순 없지만 나처럼 결과주의자가 운동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원래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니니 체지방과 근육이 주 관심사였다.


오!!! 체지방이 떨어졌어. (최저치)

나 근육이 올랐어 (1년 만에 최고치)

기초대사량이 올라갔어!! (그냥 최고치)


그날 저녁. 라면이 당겨서 먹을까 하다가 멈칫했다.


“먹으면 오늘 효과 다 사라질 텐데?”


남편과 눈빛을 교환했다. 침을 꿀꺽 삼키고 건강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끔 먹는 아침식단. 블루베리토마토주스, 호밀빵과 샐러드, 구운 계란. 저녁에 먹을 줄은 몰랐는데...

이건가? 시각효과의 힘이?


별로 쌓은 것도 없지만, 한 순간에 무너질 것 같은 기분

일시적으로 체지방 한 스푼 덜어지고, 근육 한 줌 붙었을 뿐인데 유지하고 싶은 욕심..


이거구나.


재미까진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운동을 계속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효과는 이어졌다. 남편과 나를 어쩌다 만난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살 좀 빠졌네?"

"그래? 티 나?"

"응, 티 나."


건강하게 살을 빼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의식적으로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결과를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노력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했구나 하고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운동효과인지, 운동에 흥미를 느끼는 원동력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평생 운동과 담쌓고 살 줄 알았다. 겨우 출발선 앞에 선기분이지만, 이 출발선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감회가 새롭다. 멀게만 느꼈던 운동 습관이라는 도착지점이 저 앞에 희미하게 보인다.  


보이는 가, 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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