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책 20권 도전(12/31까지)

[브런치 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거의 모든 성공 스토리는 작은 성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성공과 성공 사이에는 작은 성장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책 <마라닉 페이스> 중

새삼스럽지만, 최근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참기름을 짜내듯 억지로 쥐어짜고 있었다. 글이 쓰기 싫어 책상에 앉아 딴짓하다 포기한 날들이 많았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내다 버리듯 업로드 한 글이 얽히고 설켜 있었다. 글이라는 게, 된장찌개 끓이듯 재료만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고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안 써졌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안 써지니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예전에는 글이 잘 안 써지는 정도가 40이었다면, 지금은 80에 이른다. 심각한 수준이다. 완성된 글을 다시 읽으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찌개에 정작 건더기는 별로 없이 국물만 둥둥 떠있는 것 같은데?


피식 웃었다. 이 와중에 이렇게 적절한 비유를 찾다니..마음을 가다듬는다. 원래 이런 글도 쓰고, 저런 글도 쓰고, 엉망인 글도 쓰고 괜찮은 글도 쓰는 거지. 100% 승률이 어디 있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스포츠 경기처럼 글도 그런 거다. 현타는 왔지만 큰 감정의 소용돌이는 피할 수 있었다. 슬럼프로 이어지지 않은 건 글이 안 써지는 이유가 분명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글쓰기에 필요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그렇다. 한동안 독서를 못했다. 차분히 생각에 잠기지도 못했다. 원수 같은 8월의 더위와 생각보다 조금 힘든 생활의 변화가 공존하며, 몸도 마음도 붕붕 떠 있었다. 엉망이더라도 글을 쓴 건 오로지 의무감 때문이었다. 글쓰기 습관이 조금은 붙었는지, 오랫동안 업로드를 하지 않으면 마음 한편이 묵직해졌다. 학교 가기 전날 숙제를 부랴부랴 끝내듯 날림의 연속이었다. 벼락치기는 티가 난다.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 낫다고 위안 삼았다. 사실이다.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없다. 찰랑찰랑 바닥이 안 보이는 정도였던 인풋은 빠르게 고갈됐다. 물이 끊기지 않게 계속 부어주면서 사용해야 하는데, 붓지는 않고 바닥을 닥닥 긁어 썼으니 당연하다. 반성한다.


오늘 이 글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큼 간절한 노력이 없었다는 자기 고백이다. 어떤 책에서 한 저자가 작가가 되기 위해 본업을 하면서 글쓰기 책을 수십 권 읽었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글쓰기 책을 몇 권이나 읽었더라?' 하며 손가락을 세다 말았다. 제대로 된 수를 세어 봤자 마음만 쓰릴 것 같다는 빠른 결단 덕분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글쓰기 책뿐만 아니라 글을 잘쓰기 위해 딱히 노력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그저 치기 어린, 감정을 배설하는 쾌락만 좇았을 뿐이다. 어쩌다 글 한 두 편씩 올려놓고,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 놓고는 마치 책 한 권을 완성한 듯 히죽대기 바빴다. 이제야 글쓰기를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하고 싶어졌다.


첫 번째 단계로 글쓰기 책 20권을 목표로 잡았다. 사실 50권을 잡았다가 슬그머니 숫자를 2로 바꿨다. 실패하더라도 목표는 높게 잡아야 좋지만, 비현실적인 목표는 기껏 살아난 의지를 무자비하게 꺾을 것 같았다. 과도한 의욕과 쳐다보지 못할 목표보다 실천 가능한 목표를 실행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위에 쓴 인용문구처럼, 이 목표를 이룬다면 성공을 위한 작은 성장이 되겠지.


물론, 글쓰기 책만 읽는다고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다. 글은 쓰면서 익혀야 한다. 짠지 싱거운지 직접 찍어먹으면서 간을 맞춰가듯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봐야 는다. 뻔하지만 명확한 진리. 글쓰기 책 20권은 '내가 노력했다'는 상징적인 의미이자 자기만족을 채우기위한 목표다. 뭐, 실제로 많이 읽으면 도움도 되겠다 싶었다. 시험공부하듯 글쓰기를 공부하느니 죽어라 쓰는게 나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익히고 배우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애써 변명해 본다. 아웃풋보다 인풋 행위가 훨씬 쉬운 것도 사실이다. 나만의 방식대로 도망치는 건지 모른다. '지금 인풋이 필요해서 말이죠'라면서 말이다.


구구절절 말이 길어졌지만, 한 마디로 그동안 독서를 안 했으니 좀 읽자! 는 단순한 다짐이다. 인풋을 위해, 정신건강을 위해 한동안 외면했던 고전도 읽고 에세이와 인문학도 읽고.. 두루두루 읽을 예정이다.


2024년 다이어리에 한 줄 추가한다.

-12월 31일까지 글쓰기 관련 서적 20권 읽기


책을 읽고 간단 리뷰도 쓸 계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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