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5번째 책
글쓰기 책 5번째,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4번째 책 <방구석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가 에세이 기본서였다면, 5번째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는 작가가 되기 전 정신적인 면을 담당해 주는 책 같았달까.
"이 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쓰기의 기술'에 해당하는 작법서 성격의 1, 2부와 '쓰는 이의 삶'에 관한 에세이 성격의 3,4 부다." -프롤로그 중-
작법서와 에세이가 섞여 있으니 술술 읽혔다. 제일 좋은 건, 작가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4가지를 정리해 봤다.
첫째, '작가의 핵심 정체성은 거절이다'
"작가의 핵심 정체성은 무엇인가. 거절이다.
작가로 살아가던 어느 날,
나는 불현듯 이것을 알게 되었다.
탄생의 비밀이 죽음에 있고,
사랑의 비밀이 이별에 있듯,
작가라는 직업의 비밀은 거절에 있었다.
반짝이는 존경과 상찬의 말 뒤에 놓인
심연의 한가운데 도사린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타인에게 너의 원고를 출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것.
너의 원고가 가치 없다는 말을 듣는 것.
너의 원고가 이전 작품보다 별로라는 말을 듣는 것."
거절은 무섭다. 거절이 안 무서운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너무 간절한 무엇을 거절받는 상황에서? 글 쓰는 사람한테 글은 분신이다. 보이지 않는 생각, 감정, 나라는 사람을 고스란히 엮어 눈에 보이는 존재로 바꿔놓은 것. 그것이 내가 쓴 글의 정체라 생각한다. 글은 곧 나다. 나를 부정하고 거절하는 것과 매 한 가지다. 막 글쓰기에 입문한 나조차 쓸데없이 걱정하고 겁이 나는상황도 바로 거절이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해 놓고 참 한탄스러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혼자 처박혀 비공개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는 욕구는 이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거절의 두려움이 곧 '작가'라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당연하다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거절을 당하는 것도, 그것이 작가고, 삶이라고 말한다. 이미 출간한 작가도 출판을 거절당할 수 있고, 아무리 훌륭한 글도 독자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그것은 피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응당 함께 가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결국 작가가 되겠다는 건, 그 두려움을 꼭 안고 가야 하는 일이다. 겁을 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다시 각오를 다졌다.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피하다가 맞느니, 어차피 맞을 거라는 생각으로 뛰어들겠다.
맞을 걸 알고 맞아도 안 아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모든 걱정은 일단 작가가 되고 나서....
둘째, 글쓰기에 완벽한 준비란 없다.
충분히 준비하고 다시 써야지.
생각을 가다듬은 뒤에 제대로 써야지.
이 문장에서 멈칫했다. 내 생각을 누군가 대신 써놓은 듯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처음 받아들이고 든 생각은,
'내가 글을 쓴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글을 쓸 준비가 안 됐는데..'
정작 글쓰기 준비가 뭔지도 몰랐다. 비문이 많고 어휘력이 달리니 국어공부를 다시 해야 하나? 준비가 덜 됐다는 조급함은 국어 공부까지 이어졌다. 온라인 강좌로 국문과 수업을 들어야 하나? 국어 문제집이나 논술부터 다시 해봐야 하나? 맞춤법 공부는 어떻게 하지? 아니, 책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니 독서부터 하자. 글쓰기 책을 봐야 하나? 그냥 닥치는 대로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왕좌왕. 끝도 없는 준비과정은 지지부진했고, 시간만 흘렀다. 한동안 글쓰기 '공부'를 위한 공부만 했다. 잘못된 길은 점점 형체를 드러냈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었던가. 마치 내가 준비만 하면 되는 일인 것 마냥 굴었다.
지금은 안다. 나는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간절함이 없었다는 걸. 실전에서 배울 마음조차 없었다는 걸. 깨달음을 얻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생각했다. 글을 공개하기로. 깨지고 부딪히기로. 일단 닥치고 쓰기로. 그게 진짜 글쓰기 공부라는 걸 참 늦게 알았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 잘 쓰겠다는 욕망은 글쓰기를 쓰지 못하는 덫이다.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준비가 덜 됐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중단한다. " -본문 중에서-
작가의 말을 되새겨본다.
"잘 쓰지 않겠다. 끝까지 쓰겠다."
셋째, 토해내듯 써라.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잘 다듬어지고 완성된 '딱 맞는'글이 있으리라는 믿음'은 착각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일단 마음을 토해내듯 쓰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지금 '토해내는 글을 쓰면 되는 단계구나.'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넷째, 혹평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거절받는 삶과 비슷한 맥락으로 묶을 수 있겠다. 혹평 또한 내 글에 대한 거부감일 테니.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다. 저자는 혹평에 마음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오히려 혹평 작성자를 마주하자는 것. 그저 감정적으로 비난한 사람은 무시하더라도, 내 글을 마음에 들지 않다고 표현한 사람의 경우, 왜 싫어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다이유를 알면 마음이 편해지듯이, 원인파악에 나서는 것이다.
베토벤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차르트 음악은 싫어할 수 있다. 내 글이 모차르트 같다면, 싫어할 수 있겠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르면 감정을 조절하기 수월하다.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프린트해 책상에 붙여놓고 마음을 달래는것이다. 괜찮은 방법이다. 결국 외부적 요인이 나를 흔들지 못하게 붙잡는 것이 핵심일 테니 말이다.
책 리뷰는 종종 썼는데, 유독 글쓰기 책 리뷰가 너무 어렵다. 왜 그런가 했더니, 마치 교과서를 공부하고 리뷰를 쓰는 것 같달까. 지금 나는 바짝 마른 장작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이 간절함은 부족한 걸 채우고 싶다는 강한 결핍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글쓰기 책을 읽다 보면, 다 나한테 하는 말 같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 무엇을 빼야 할지, 무엇을 정리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글 한편 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유독 글쓰기 책 리뷰가 지독하게 안 풀리는 이유다. 이 글도 초안만 써놓고 한동안 외면했다. (일단 끝까지 쓰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붙잡았다...)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는 법이라며 마음을 다스린다.
이렇게 글쓰기 책이 재밌던 적이 있던가.
작가의 말이 이렇게 쏙쏙 박히게 읽히던 때가 있었나
문장 하나하나가 다 몸에 새겨지는 기분.
리뷰가 좀 안 써지고, 힘들면 어떤가.
글쓰기 책 읽기의 가장 큰 목적은 이루고 있는 셈이 아닌가.
요즘 도서관에 가면 800번대를 제일 먼저 달려간다. 글쓰기 책이 있는 곳.
(글쓰기 책만 빌리는 게 아니라 문제지만..)
신나서 이 책 저 책 끄집어 뒤적이고 읽고 싶은 책을 잔뜩 고른다. 읽는 책에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는다.
필사하려고 포스트잇이 붙은 부분을 살피다 한숨이 나온다. '이걸 언제 다 쓰지?'
필사를 핑계로 한 번 더 책을 훑는다. 난생처음 글쓰기에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럼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