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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Nov 02. 2024

글쓰기 수업을 책으로 듣다(1)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글쓰기 책 7, 8, 9권 리뷰.  

글쓰기 책 7, 8권 리뷰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 개리 프로보스트 지음

<닥치고 써라> 최복현 지음


목적독서를 시작하면서 ‘할 수 있을까?’는 수없이 궁금해하면서, 정작 중요한 의문은 품지 못했다.

목적독서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몰랐을 의문..


그것은 책 선정 기준이었다.


책 수십 권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을까?

읽는 순서를 어떻게 잡았을까?

제외된 책은 이유가 뭘까?


목적 독서를 시작할 땐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글쓰기 책은 넘치니까 뭐'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읽어도, 저자의 말들이 스펀지처럼 마음에 스며들었다.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룬 에세이들이었다. 흔들리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에 잠시 취해 읽어 나갔다. 하지만 네 권, 다섯 권, 점점 책이 쌓일수록 지쳤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때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책을 만났다. 이성과 감성을 고루 채워주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안정이 됐다. 그러다 일곱 번째 책을 펼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무슨 책을 집어도 몇 쪽 읽고 내려놓기 일쑤였다. 지겨운가 싶어 슬쩍 다른 장르로 눈을 돌렸다. 소설을 읽으니 술술 읽혔다. 그런데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 글쓰기 책이 자꾸 걸렸다.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이왕 시작한 목적 독서를 끝내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았다.


결국 일곱 번째 책을 못 고른 채 시간이 흘렀다. 마음을 비웠다. ‘읽으면 읽고, 말면 말자’ 싶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책을 몇 권 빌려다 손에 잡히는 대로 넘겨봤다.  ‘7번째 책’이라는 목표를 버리고, 그냥 어떤 책이 마음에 들어오는지 시험해 보는 마음이었다.


테스트 결과, 에세이보다 작법서에 마음이 더 끌렸다. 그중에서도 국어 수업을 듣듯 세심하게 공부할 필요가있는 책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연속으로 세 권 모두 그런 책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신기한 일이다. 내 안의 결핍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결국 목적독서 선정은,

(궁금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는지 목차와 내용을 살펴보는 게 먼저겠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따르는 일이 중요했다.

한참 읽다가도 집중이 안되면 과감히 놓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단, 마음도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후보를 여럿 두고 차근차근 훑어보며 시선이 오래 머무는 책을 선택하면 실패가 줄 수 있다.


현재 내 결핍과 마음을 믿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눈에 담기지 않고, 마음에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읽은 세 권 중,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와 <닥치고 써라>는 국어 ‘수업’을 듣는 기분을 주었고, <에세이 수업>은 글쓰기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7번째 책 리뷰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

평소엔 손이 잘 안 갔을 제목이지만


'그래? 내 글이 구린 게 맞춤법 때문이 아니면 뭔데?' 하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답체크하듯, 내가 부족한 부분을 찾고 해결방법도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자는 100가지 글쓰기 방법을 짧고 굵게 전달한다.

100가지를 모두 꼼꼼히 읽을 필요는 없고, 필요한 부분을 먼저 읽고 발췌해 놓고 아쉬우면 마저 읽으면 될 것 같다. 나는 그냥 처음부터 다 읽었다. '나한테 필요한 게 어디 있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말이다.


내가 발췌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1.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머릿속으로 써라.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고 있다면 머릿속에서 글을 써라. 이를 닦는 동안 모순점을 해소하라. 출근하는 길에 생각을 정리하라. 점심을 먹으면서 관점을 정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도입부, 즉 리드를 만드는 거다.


2. 첫 문장을 보라. 꼭 필요한가? 어떤 구실을 하고 있나? 아니면 아직 꺼내지 않은 내용에 대한 배경을 제시할 뿐인가? (...) 도저히 뺄 수 없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모두 지워라. 거기가 글의 시작이다. 


3. 다양한 구조의 문장을 활용하라.

문장 구조가 똑같으면 독자는 금방 지루해한다. 명확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장의 기본 구성 요소들이 춤을 추면서 고유한 음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장문이냐 단문이냐 고민을 해소해 준 내용이었다. 작가는 문장구조를 리듬처럼 활용하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4. 동사를 활용하라.

: 평소 동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크!

글에 생동감을 주려면 적절한 동사활용이 필요하다.


5. 구체적인 명사를 활용하라.

형용사가 한두 개가 딸린 명사를 쓰기 전에 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명사가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검은 개라고 쓰는 대신 도베르만이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집이라고 쓸 건가, 아니면 맨션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가? 잔인한 대접이라고 적지 말고 잔혹함, 야만성, 무자비함 같은 표현을 썼을 때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지는 않은지 질문해 봐라.  


:구체적인 묘사가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책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설명은 길지 않지만, 예시를 덧붙여 이해하기 쉬웠다.

조금 아쉬운 마음을 채워준 건 <닥치고 써라>였다.


8번째 책 리뷰 <닥치고 써라>

"글을 쓰는데 필요한 것은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창피를 무릅쓸 수 있는 용기,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가능하다."


2013년에 발행된 <닥치고 써라>는 이제 꽤 오래된 책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면 그만 읽으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결국 완독 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책이든 '내가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단 하나의 답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책 표지에 적힌 '늦깎이 작가를 위한 글쓰기의 정석'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단 하나의 이유였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기본기가 없어 늘 허둥지둥하는 나에게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완독 후, 변하지 않는 글쓰기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니 마치 국어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재, 제재, 주제를 어떻게 찾아 연결하는지 구체적인 예시로 설명하고, '조건법을 상상하며 쓰기', '연상하며 쓰기', '낯선 상황 설정하기' 등 다양한 글쓰기 기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쓸 게 너무 많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라며, 떠오르는 단어에 조사부터 붙여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떠오른다면 '엄마는', '엄마가', '엄마를' 식으로 확장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단어에 수식어를 더하면 '보고 싶은 엄마', '밥 짓는 엄마', '앓아누운 엄마'처럼 생각이 넓어진다.


글쓰기를 집합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흥미로웠다. '엄마'라는 주제에 '나의 엄마', '내가 사랑하는 엄마', '내가 사랑하지만 무지한 엄마'처럼 구체적인 수식어를 붙여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다.


저자는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이나, 해서는 안 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글로 풀어보라”라고 조언한다. 가상의 이름을 써서 마음껏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자신의 경험"이라며,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너무 고상한 것만 쓰려하지 말고, 실수담부터 꺼내보라는 격려는 글쓰기의 문턱을 한결 낮춰준다.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글을 이 책에서 배운 다양한 개념과 방법을 적용해 볼 생각이다. 학창 시절엔 단순히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로만 여기던 글쓰기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다니, 새삼 글쓰기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 책은 글쓰기의 이론뿐 아니라 실제 적용법까지 제시해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부록은 그냥 넘겼다. 문법을 다룬 부분인데 딱히 필요 없다.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에서 간략하게 글쓰기 방법에 대한 개요를 듣고, <닥치고 써라>에서 본격적인 수업을 들은 기분이랄까. 내 결핍이 뭔지 2권을 연달아 읽고 깨달았다.


글쓰기의 기본기


나처럼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글쓰기 연습을 어떻게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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