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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필사 4일째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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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가 좋다는 감각을 처음 느낀 지 4일째.

그 깨달음이 준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과정보다 늘 결과를 우선시하던 내가,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일에만 집중하던 내가,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러니까, 필사는 내 성장 서사의 시작인 셈이다.

아직 모든 일에 적용되진 않겠지만,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지 않을까?


필사를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첫째, 100일 동안 매일 해보기. (25년 6월 17일까지)


챌린지는 아니다. 단지 100일간 매일 하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기록을 매일 남길 자신은 없지만, 필사를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틈틈이 적어볼 생각이다.


둘째, 지금 노트 다 쓰고 새 노트 한 권 사기.


집에 굴러다니는 빈 노트를 집어 들고 무작정 시작한 필사였다.

이 노트를 다 채우면,

새로운 노트를 사러 문구점에 갈 생각이다.

이 핑계로 문구점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노트를 골라봐야지.

(잿밥에 더 관심이 많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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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노트 10권이 쌓인 책장을 떠올려본다.

즐거운 상상이다.


목표는 이게 다다.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잡았다.

애써 잡은 필사의 즐거움을 또 하나의 '해야 할 일'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그동안 필사가 재미없었던 건, '필사를 통한 결과' 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보다 ‘필사하기 좋은 책’을 골랐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라 ‘추천하는 방식’을 따라 했다.

어휘력과 표현력을 늘리겠다는 목적이 앞서다 보니,

문장을 음미하기보다 ‘좋은 문장 하나 건지자’는 마음으로 덤벼들었다.

공부하듯 필사를 했으니 즐거울 리가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시집을 골랐다

: 시도 읽고 필사도 하고.


글씨가 잘 써지는 볼펜을 골랐다.

: 글씨 쓰는 재미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타이머를 맞췄다.

: 할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필사를 한다.

: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춰졌다.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우연히 시작한 필사가, 조금씩 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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