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고 시답잖은 대화의 힘

일상 속 짧은 파편

by 감정 PD 푸른뮤즈

불타는 연애를 시작한 지 한 달 된 동생이 연락이 왔다.

이 감정이 식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게 걱정된다고 했다.

마흔 즈음에 만난 운명의 상대 앞에서 동생은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커플은 자기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사실 불타는 시기는 거의 비슷해. 연애 초반에 안 불타는 커플이 어디 있겠어.

진짜 특별해지는 건 오히려 그 시기가 지나간 뒤 아닐까? 불타는 시간이 지나간 후에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유지되는 연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동생이 말했다.


"지금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대화가 점점 고갈되는 기분이야."

"그냥 일상 대화를 하면 되지. 뭐."

"그건 너무 시시콜콜한 이야기라 하기가 좀 그래"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대화 주제가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지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별로일 수도 있어. 그런데 대화라는 게 꼭 주제가 있어야 하고,
‘이런 대화를 해야지’ 두 주먹 불끈 쥐고 시작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하찮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아무 생각 없이 나눌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삶은 사실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하잖아.
그 안에 상대를 더 잘 알 수 있는 단서도 많고

사소한 대화들이 쌓여야 작은 공감대가 생기고,

그래야 나중에 더 큰 이야기를 할 때도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조금 더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탕 없이 큰 주제의 대화만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나는 오히려 그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


불타는 시간이 지나도 함께 남아 있는 건,

결국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동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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