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라는 감정?

일상 속 짧은 파편

by 감정 PD 푸른뮤즈

설렘

: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출처: 네이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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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애 중인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자신한테 생긴 변화가 너무 신기하다며 설레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종종 연락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대리만족도 되고

기분 좋은 감정이 덩달아 전해진다.


요즘은 결혼에 대해서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것저것 묻다가 오늘은 이런 질문을 했다.


"결혼을 하면 이런 설렘이 사라지는 건가?"


결혼 16년차에게 설렘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니

난감함이 먼저 밀려왔다.


5번째 결혼기념일 날이던가.

나 역시 남편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의 대답은 이랬다.


"계속 설레고 두근거리면 죽어"

"...... "


그게 결혼기념일에 할 말이냐며 핀잔을 줬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꽤 현실적인 말이다.

'설레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로 들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동생에게도 똑같이 전달했는데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근데 말이야. 설렘이 그렇게 중요하고 계속 유지해야 할 감정이야?"

"그건 아닌데... 그래도 설레는 감정이 좋잖아."


지금 한창 불타는 연애 중이니

그 감정이 언젠가 사라질까 봐 불안해지는 마음도 이해가 됐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종류가 여러 가지다.

사랑이라는 원형은 하나지만 상황과 관계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바꿀 뿐이라고.

연애하던 사랑이 결혼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조금 변형되는 거라고.


"그럼 그게 정이라는 거야?"


동생은 여전히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만으로 산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 잘 와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연애할 때는 오롯이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다.

만나는 시간도,

무엇을 할지도,

행복한 일정이 미리 정해진다.

"네가 4시에 온다고 하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라는 어린 왕자 속 여우처럼,

그 순간부터 이미 행복지수는 올라간다.

들뜬 만큼 그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도 커진다.

마음도, 돈도, 체력도 준비한다.

좋은 컨디션으로 만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긴다.


결혼은 다르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무심한 현실이 먼저 툭 놓인다.

늘 사랑은 현실 앞에서 2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대화부터 달라진다.


알콩달콩한 대화대신

회사 이야기가 오가고,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할지 말지

가족행사는 어떻게 살지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네 마네.

365일 함께 지내다 보니

컨디션 관리도 쉽지 않다.

하루 종일 밖에서 치이고 들어와서 말 한마디 하고 싶지 않은 날,

상대는 유난히 신이 나있다.

기분도, 감정도, 컨디션도 다른 날들이 쌓이면

오해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저 사람은 왜 날 이해 못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설렘을 느낄 여유는 점점 줄어든다.


연애할 때는 "우리 결혼하면..."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함께 그리며 희망이 자라난다.

결혼을 하면 그 희망은 현실로 바뀐다.

나이는 들고

체력은 달라지고

돈은 부족하고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다.


어쩌면 설렘을 느끼기엔 체력이 먼저 달리는 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거다.


설렘이 희미해져도 그 자리에 다른 감정이 생긴다는 것.

'설렘'도 '정'도 아닌, 딱 잘라 말하기도 애매한 감정이.


결혼을 하면 안심이 되고 익숙함이 생기고 서로를 버티게 하는 감정이 생긴다.

두근거리진 않아도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감정.

설렘은 줄어들 수 있지만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뀔 뿐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설렘이 사라져도 괜찮다고

결혼하면

그 나이에, 그 상황에 맞는 사랑이 다시 생긴다고

그러니 지금 설렘은 설렘대로 느끼고

앞날은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일단, 해. 보. 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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