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무서워요.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글태기라는 말을 종종 마주쳤다.

글+권태기.

아하. 끄덕끄덕.

글태기라는 말조차 지구 반대편 얘기 같았다.

가끔 "글이 안 써져요!"하고 투정은 부려보지만 "글태기예요"라는 말은 심적 금기어였다.

글을 그 정도로 많이 써야 생기는 증상일 테니 그저 나와 먼 얘기일 뿐.

아직 그런 말도 쓰면 안 되는, 미생물 같은 존재 같았으니까.


오늘은 과감히 외쳐본다.

"글 쓰는 게 무섭네요."

요즘 글을 쓰려고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했다.

회전문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가끔 문을 빠져나오지 못해, 빙글빙글 그 안에서 돌았다.

나갈까? 들어갈까?

조금만 밀면 문에 갇히고, 조금만 밀면 나갈 수 있는 그 구조가 더 헷갈리게 만든다.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다시 닫기.

이후 무한 반복 중.


그러니까, 글쓰기가 무섭다고 말한 건

이 두려운 감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싶었다.

속으로만 끙끙 앓느니, 어딘가 높은 곳에 올라가 마음이라도 훅 내뱉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해소하고 싶은 이유는,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과 맞닿아있다.

내 삶에서 몇 안 되는, 또렷하게 뛰는 생동감.

최근에 쓰고 싶은 글이 생겼다.

그 생동감이 두려움을 뚫고 올라왔다.


'브런치 북으로 연재해보고 싶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이미 100도씨를 넘었다. 마음은 끓어 넘친다.

하지만 쓰고 싶은 글이 곧 잘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다.

넘치고 넘쳐 흘러나오는 마음을 글로 주워 담고 싶은데 마음만큼 담기지 않는다.

그저 흐르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는 처량한 기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브런치 북 연재는 보류했다.

심적 거리가 멀게 느껴졌고, 일주일에 한 편도 부담됐다.

대신 매거진만 주렁주렁 달았다. 개수는 많지 않고 내용도 아직 깊지 않지만 그저 쓰고 싶은 글을 뱉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그 공간에 만족하던 나의 틈에 새로운 욕심이 파고든 것이다. 일주일에 한 편 연재는 '부담'이던 마음이 '도전'으로 바뀌었다.

1년 넘게 글을 쓰다 보니 이젠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재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첫 브런치 북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르고 또 고르다 지쳤다.

그때,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그 글을 쓰면 내 마음도 살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웅성대던 글감들이 조용해졌다. 그 글 하나만 선명하게 남았다.

단순함의 미학.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하면 표현을 못한다고 했던가.

기획만 수십 번 정작 글 하나 쓰지 못했다.

새하얀 종이 위에 첫 줄을 쓰다가 잉크가 번질까 봐 두려워 멈춰 선 기분이었다.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손을 멈추게 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초안을 생가하면 머릿속에는 어디서 본 듯한 말들만 흘러나왔다.

실력은 방구석에서 혼자 끄적이는 수준인데

이상은 김영하, 조정래, 한강 작가님이니 (죄송합니다. 꿈은 자유니까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클수록 내 글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써본다.

무섭다는 마음. 형편없다는 자기 인식.

그걸 조금 뱉으면 나아질까 싶어서.

대단한 글을 쓰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쓰기조차 무서울까.

구시렁구시렁.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쓰고 나니 실루엣이 진해진다.

답은 늘 멀리 있지 않다.


그토록 쓰기가 힘든 이유는

욕심만큼 잘 쓰지 못할까 봐도 있지만

너무 가까운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나도 다 다독이지 못한 마음.

그 마음을 안은 채 글로 옮기려 하니 손 끝이 주춤했다


마치 막 이별한 사람이 이별한 이야기로 가득한 드라마를 써야 하는 상황 같았다.

너무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만 글에 가득 담겼다.

알았다. 아직 마음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한동안 그 주변을 빙빙 맴돌며 상관없는 글쓰기를 해야겠다. 의자 뺏기 게임처럼, 빙빙 돌다 어느 순간 후루룩 써질지 모르니.

대신 글 하나 쓰고, 한동안 거리 두기를 해보자.

천천히 다시 들여다보자.

그렇게 하나씩 가닥을 잡고 나면 조금씩 수월해지겠지


쉬운 게 없구나.

쉬운 것도 어렵게, 어려운 길은 더 어렵게 간다.

참, 나란 사람...


그래. 이왕이면 신중한 거라고 하자.

sticker stick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백지를 사랑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