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혼자 생각하고, 책을 읽고, 오래 사유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질문은 머릿속에서 규칙 없이 맴돌았고,
그렇게 헤매던 생각들이 어느 날 문장 하나로 뚝 떨어질 때 감정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의 쾌감이 좋았다.
그걸 깨달음이라 믿었고, 나름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오산이었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
새로운 감정이나 생각도 결국은 익숙한 말들 속에서 맴돌았고,
말이 바뀌지 않으니 생각도 더는 확장되지 않았다.
익숙한 표현으로는 낯선 감정을 담아낼 수 없었다.
생각은 점점 자리를 잃고, 방향 없이 돌기 시작했다.
분명 다른 생각, 다른 감정인데 비슷한 말만 계속 나열될 뿐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글쓰기가 무섭다"
자주 드는 감정이다.
그런데 단순한 두려움이 아닌 것 같다.
무엇이 두려운지, 어디서 오는 감정인지 알 수 없으니
늘 '글쓰기가 힘들어요'라는 뻔한 말로만 정리되곤 했다.
욕심이 과해서겠지.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자.
그렇게 타이르며 애써 넘겼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글이 떠오르는데도 손을 못 댄다.
쓰는 게 두려우니 가장 쉬운 회피를 택한다.
마음 한편은 늘 불편했다.
휘발되는 생각들을 메모장에 남기지만 시기를 놓치면 글은 생동감을 잃는다.
그때 감정을 다시 담아낼 순 없다.
악순환이었다.
그래서 놓았던 모닝페이지를 다시 시작했다.
무작정 감정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왜 무섭지?' 같은 구체적인 주제를 정해놓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따라가 보기로 했다.
역시나.. 실체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나는 원래 감정을 풀어내고 해소하는 목적으로 글을 썼다. 공개글을 쓰며 조금씩 읽는 사람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그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곤 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며 쓰는 나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을 쓰는 쾌감이 사라졌다.
무언가 이상했다.
수많은 퇴고와 피드백, 연습도 했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어라? 이게 아닌데?"
지금까지 쌓아온 게 무색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나아간 줄 알았던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인정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나아져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지만 막상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연습하면 된다는 말이 이토록 막막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지금 내 글쓰기가 힘든 진짜 이유는,
감정을 배출하는 즐거움도,
읽는 이를 고려한 구조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니
글은 힘이 없었다.
나 또한 쾌감도 성취감도 없다.
애써 쓴 글이 가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을 마주하는 일이 고통스러워졌다.
결국, 내가 느낀 '글쓰기가 두렵다'는 감정은,
이런 객관적인 원인을 마주하기 두려운 마음에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 합리화이자 도망칠 구멍이었을 뿐이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방법도 찾아야 했다.
하나, 모닝페이지를 전략적으로 써야겠다.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로. 무작정 쏟아내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부유하는 주제별로 꺼내
정리하는 방식으로.
둘, 내 글의 약점을 뾰족하게 짚고 하나씩 연습하자.
잘 못쓴다는 막연한 말 대신 구체적인 문제를 확인했다.
-설명이 많다.
-묘사와 비유가 부족하다.
-표현이 중복된다.
-글의 생동감이 떨어진다.
결국 어휘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행히 필사 습관은 들었고,
사전을 곁에 두는 일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조급해하지 말자.
오답노트를 풀듯,
부족한 부분을 찬찬히 보완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나처럼 과정이 눈으로 보여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변화를 보면서 탄력이 붙을 테니까.
언젠가는 다시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글쓰기 성장은 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