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my feeling , 전시후기
해가 쨍쨍하던 화요일 오후,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쿠푸왕의 피라미드' 전시를 보러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양산을 들고 도보를 최대한 짧게 잡았다.
집에서 한강중학교 정류장까지 간 다음, 740번 버스로 갈아탔다.
지하철보다 다소 시간이 더 걸려도 버스를 고른 이유는 단 하나,
정류장이 더 가까웠다. 그런 날씨였다.
전쟁기념관 앞에 도착하니 더위도 잊은 채 입구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난생처음 접하는 VR 전시를 볼 생각에 들떴다.
"내 인생에 언제 피라미드를 보겠어?"
전시를 보자는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편을 설득하며 내민 이유였다.
평소 전시란, 나만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오늘처럼 오롯이 '흥미'로 그득한 전시도 너무 즐겁다.
원래 전시는 즐거우려고 보는 거니까.
티켓을 확인하고 전시장으로 들어가며,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시간제 입장.
오후 1시 반으로 예약했고, 1시에 도착했는데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적힌 설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키즈카페를 앞둔 아이처럼 마음이 먼저 달아났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VR 안경을 착용했다.
이 전시는 오직 VR로만 진행되기에 사진 촬영은 불가.
한 팀씩 시간차를 두고 입장하기에 붐비지 않고 여유롭다.
VR 속에는 하얀색 아바타들이 나타나는데, 그건 바로 옆의 사람들이다.
서로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면 된다.
(직원분이 입장 전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심)
전시는 총 1시간 동안 이어지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이드가 등장하고, 나는 관광객이 된다.
즉,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된 VR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는 것.
가이드를 따라가다가, 고양이 신을 만나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
피라미드 내부도 걸어보고,
아주 높은 피라미드 위에서 전체 풍경도 내려다본다.
하늘에 구름도, 펼쳐진 풍경도 진짜 같다.
전시 내내 '우와' 소리만 냈다.
쿠푸왕의 미라 제작하는 장면도, 장례식장도 참여한다.
무엇보다 가장 황홀했던 건,
쿠푸왕의 배를 타고 나일강을 항해할 때였다.
정말 배를 타고 이동하는 생생한 느낌.
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지나버렸다.
내가 생각한 전시 TIP
한 시간 내내 VR을 착용하니 멀미가 날 수 있어요.장면 전환마다 화면이 꺼질 때 살짝 눈을 감아 쉬어주세요.
너무 바닥만 보지 말고 정면을 주시하면 훨씬 편해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은 살짝 무서울 수 있는 높이가 있지만, 실제 높은 건물에 올라가는 것만큼 무섭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테니 참고만 해주세요)
징검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여긴 다 땅이다!"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워보세요.
(잠시 현실로 돌아오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자리에 서서 손만 들면 주위에 직원분이 오신답니다.
(이것도 입장 전에 설명해주심)
앞이 안 보이고 오로지 화면 하나에 의존해서 이동하니 살짝 겁이 나요. 같이 간 사람과 놓치지 않게 꼭 붙잡고 천천히 이동하세요.
(여담이지만, 결혼 후 처음으로 한 시간 내내 남편과 손을 잡고 있었던 날이었네요.)
진짜 무서운 게 아니라, 낯섦이 살짝 겁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내내 두근두근 했네요... (저는 살짝 겁쟁이라..)

전시가 끝나고 꽤 긴 여운을 담고 굿즈 숍을 방문.
책갈피만 하나 구입.
전시장을 나오는데, VR 광고지를 주더라고요..
살짝 혹했어요..
하나 사고 싶네요.. ^^;;
<전쟁기념관 도서관>
온 김에 전쟁기념관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했어요.
통창 앞에 책을 볼 수 있게 의자랑 책상이 있어서 기대했는데, 햇빛 때문인지 블라인드로 막아놔서 살짝 아쉽.
도서관 안은 시원해서
잠시 앉아서 책 읽기 좋았답니다.
간 김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일찍 문을 닫더라고요.
<전쟁기념관 구내식당 [진심] 안내 사이트>
가격을 찾아보니 10,000원 정도였어요.
구내식당 치고 가격이 살짝 있더라고요.
도시락을 싸와서 먹을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지 확인을 못했네요.
<쿠푸왕의 피라미드 정보>
전시 관람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
별로 관심 없던 남편이 굉장히 신기해하고 재밌어했어요.
"와이프 덕에 신기한 경험을 다하네?"
"그러니까 잘 쫓아다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전시를 다니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전시였어요.
가격이 살짝 부담되지만 (다행히 얼리버드로 싸게 봤지만...)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