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낙서
그리 넓지 않은 방.
창 밖은 햇살이 맑고 화창하지만,
그 따스함이 이 방안에는 닿지 않는다.
묘하게 우울한 기류가 감도는 오후의 한 켠.
방 한가운데엔 '현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고,
양 옆으로 '이성'과 '마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현실: 그래서 이 문제, 어떻게 풀면 좋겠는데?
이성: 당연히 내 말이 맞지. 현실은 나랑 잘 어울려. 나를 우선시하는 게 맞아.
마음: 아니지. 현실은 결국 '나'의 현실이잖아. 나를 먼저 생각해야 그게 진짜 현실이 되는 거야.
이성: 웃기지 마. 너랑 함께하면 현실은 늘 손해를 봐.
마음: 손해가 아니라, 원하는 걸 못해서 괴로운 거라고. 그걸 네가 몰라서 그래.
이성: 넌 늘 무서워하면서도, 정작 결정의 순간엔 앞으로 나서.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뒤로 숨잖아. 결국 뒤처리는 내 몫이라고!!
마음: 네 방식으론 나답게 살 수 없어. 내 목소리는 네 논리 틀 안에 갇혀버려.
현실: (보다 못해 끼어들며) 싸우지들 마. 누구 손을 먼저 잡든, 결국 내 앞에선 다 힘들어질 거야.
이성과 마음: (한숨 쉬며) 우리와 너의 거리가 좀만 좁혀지면 좋을 텐데...
나는 어떤 결정을 할 때 늘 이성을 앞세웠다.
그게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현실적인 나'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삶이 자꾸 무겁고 공허했다.
명확한 잘못도 없었는데, 만족도 없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버티던 어느 날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 나를 멈춰 세웠다.
"결정의 시작은 '마음'에서부터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먼저 따르고,
이성은 그 마음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쓰여야 한다."
충격이었다.
나는 늘 내 마음을 철없는 생각이라 밀쳐왔다.
모두가 참고 사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면서
내 진짜 목소리를 외면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대신,
나는 늘 방황하고, 자꾸 우울해졌던 것이다.
지금도 마음을 따라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여전히 무섭다.
그래도 예전처럼 마음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미술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적어도 '쓸데없는 생각'이라 지우지 않는다.
책을 한 권 사서 혼자 그려보기도 하고,
온라인 강의를 들어보며 내 기분을 느껴본다.
관심이 더 커지면 근처 문화센터라도 알아본다.
예전엔, 그런 마음이 들자마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네가 미술 배워서 뭐 하게? 할 일 없어? 시간낭비야!"
지금은 마음을 존중하면서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마음의 소리를 당당히 따르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물론, 누구도 완전히 마음만 따라 살 순 없겠지만
자신의 진심을 외면하지 않고 결정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나도 언젠가는
내 마음을 가장 먼저 믿고
그 마음을 이성이 도와주는 삶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