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낙서
작고 낡은 술집, 오래된 이야기들이 눌러앉은 곳.
삐걱거리는 문을 밀고 들어서니
어디선가 맡아본 진한 나무 향이 가슴을 감싸네.
세월이 스며든 그 향기.
조명이 밝지 않아,
더욱 운치가 깃든 공간.
문 앞 긴 바는 손길에 닳고 닳아
바래진 색조차 정겹다.
간간이 앉은 사람들, 잔을 기울이며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흩뿌린다.
그 따스함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낡은 테이블에 몸을 기댄다.
햇살이 테이블 위로 흘러들고,
나는 살짝 찡그리며 미소 짓는다.
거품이 춤추는 맥주잔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주위를 둘러보면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낯설지 않은 그 장면 속에서
맥주를 천천히,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눈을 감아본다.
살며시 스며드는 나무 내음, 이야기의 숨결,
맥주 위로 퍼지는 풍경들.
삐걱거리는 의자, 멈춘 듯 흐르는 시간.
낡은 것은 낡은 것이 아니다.
햇살이 그린 아름다운 자취에 추억이 지나간다.
나도 낡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