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으니 오기가 생겼다

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by 감정 PD 푸른뮤즈

아주 가끔 점 집을 찾는다. 꼭 믿어서라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의심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못 믿을 때, 누군가 단호한 목소리로 '당신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맞든 틀리든, 그 순간만큼은 흔들리던 마음이 정리된다.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삶을 원했지만 점점 확신이 약해졌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니 이걸로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에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요즘엔 좀 흔들려.

어쩌면 스스로를 세뇌하듯, '난 이 길이 맞아'라고 믿어온 건 아닐까?

혹시 다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건 아닐까?

너무 한 가지에 매몰됐던 건 아닐까?"


이 질문이 한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뜻밖의 독서지도를 시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업 준비에 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글쓰기 시간이 줄어드는 기분.

주객이 전도된 듯한 답답함이 몰려왔다.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점을 보러 간 날.

고민을 털어놓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글로 먹고살긴 힘들 것 같아요. 독서지도를 해보세요. 가르치는 일이 더 맞아요. 공공기관이면 좋겠네요. "


확인 사살 같았다. 100% 신뢰해서가 아니라 내가 느끼던 불안을 들킨 느낌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그동안 내가 잘못된 길을 걸어온 걸까?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독서지도가 싫어서가 아니라, 의심 없이 믿었던 길이 사실은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를 주저앉혔다.

대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걸까?


내가 정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만, 삶의 방향을 정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날 하루는 마음이 요동쳤다. 새삼 부족한 능력과 실력이 둥둥 떠올랐다.


'그래. 알고 있었어. 나는 혼자 글쓰기를 즐기는 수준일 뿐이야."


차라리 잘 됐다는 안도감도 잠시,


'아니 왜? 내가 안돼? 이제 시작이지?'라는 반발심이 교차했다.


다음 날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글쓰기냐, 독서지도냐


나는 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착각했다.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다는 꿈은 꿨지만,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글쓰기를 놓을 수 있는가? 의문이 들었고,


답은 단순했다.

아니오.


독서지도 공부가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고,

내 글쓰기에 도움 되는 일환이기도 했다.


독서지도가 아니었다면 다시 펼치지 않았을 책들.

가르치며 배우는 글쓰기 지도법이 결국 내 글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실력이 쌓인다는 건 곧 내 지식이 높아진다는 의미였다.


하나를 정하고 하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틀 안에 넣고 함께 굴러가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중요한 건 직업의 모양이 아니라 내가 계속 좋아하는 일을 붙드는 것.


남의 말에 잠시 흔들렸지만


결국 그 흔들림은 내 안의 답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삶이 좀 더 명확해졌다.


독서지도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꾸준히 해보자.

오히려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잘된 일이다.


언젠가 증명할 날이 올 것이다.


당신 말이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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