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연 후기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이번엔 유료 강의
『한여름 북페스티벌 2025』의 프로그램 중 하나,
서귤 작가님의 〈불꽃 창작의 밤〉.
장소는 망원동의 독립서점 ‘이후 북스’였다.
서점 한쪽에 작은 강연장이 마련돼 있었는데,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었다.
책상이 없는 건 아쉬웠지만, 서점에 놀러 온 듯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수업은 친근하게 시작됐다. 참가자들의 닉네임, 좋아하는 장르, 강의에서 얻고 싶은 것을 미리 조사해 둔 덕분에, 작가님은 각자의 기대치를 알고 수업을 진행했다. 질문은 QR코드를 통해 남기면 답해주는 방식이었다. 이런 배려 덕분인지 내향적인 사람들이 많은 글쓰기 강의에서도 질문 시간만큼은 모두 외향인이 되었다. 나 역시 극내향인이지만, 강의에선 꼭 질문을 한다. 무엇이든 얻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오늘 수업 순서는,
서귤은 누구인가요?
어떻게 데뷔하게 되었나요?
어떻게 소재를 찾나요?
어떻게 쓰나요?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하나요?
질의응답
강의는 <소설 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데뷔작에는 반드시 ‘기억에 남는 뾰족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름 없는 작가의 글을 끝까지 읽어줄 독자는 없으니,
초반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필요하다는 것.
얻은 것과 깨달음
내가 이 수업에서 얻고 싶은 건,
소재를 이야기로 확장하는 단계였다.
소재는 차곡차곡 쌓아뒀지만 살을 붙여 이야기로 만드는 건 늘 막막했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것에서 시작하기>
좋아하는 분야라면 자료조사 부담이 줄어들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님의 작품 〈급발진〉은 자동차를 다루지만, 운전도 못하는 작가님이 회사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쓴 것이라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까’ 감이 좀 잡혔다.
결국 내 관심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에 끌리는 마음을 하찮게 여기지 않겠다'는 올해 다짐과 연결되는 지점이었다.
작법서를 한 번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며, <소설 쓰기의 모든 것> 1권도 추천해 주셨다.
장르적 문법과 연결하기.
같은 소재라도 장르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내가 늘 부족하다 느꼈던 부분이었는데, 작가님 작품과 장르 문법을 연결해 설명해 주니 이해가 쉬웠다.
작가님은 아직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사람들은 대체 회사를 다니면서 그 많은 작업을 다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했다.
작가님만의 작업 방식을 보면서 끄덕였다.
시간 부족이라는 말은 역시 핑계다.
써야 할 분량을 쓰면 칭찬하기.
웃음이 났지만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단순하지만 그동안 나는 나에게 늘 박했다.
독서지도를 할 때 아이한텐 작은 진전에도 보상을 주면서, 정작 나에겐 연필 하나 사는 일에도 인색했다.
글을 쓰고, 다 쓰면 칭찬하고, 스스로에게 선물도 해보리라.
다 붙이면 무슨 선물을 줄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
이번 강연을 듣고 왜 내가 글쓰기 강연을 쫓아다니는지 깨달았다.
예전엔 단지 글쓰기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글쓰기 책으로도 충분하다.
글쓰기 책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작가마다 다른 생각과 스타일을 직접 듣는 즐거움.
모두가 “이건 제 방식일 뿐”이라 강조하지만, 그 차이를 듣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된다.
둘째, 작가님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태도는 단 하나, 끝까지 쓰고, 계속 쓰는 꾸준함이다.
'재능이 있는 걸 미리 알았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은 없다.
그 단순한 진실이 때론 자극이 된다.
셋째. '잔인한 거절과 평가 속에서도 어떻게 글쓰기를 놓지 않을 수 있었나' 궁금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한 편이라 그 공간을 채우는 방법을 늘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가님들은 당근과 채찍으로 균형감 있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출판사에서 '이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듣고도
어떻게 글쓰기를 놓지 않을 수 있는지 대단하다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스스로 대답을 찾았다.
이미 나도 글 없인 살 수 없으니까.
어쩌면 내 안에서 이미 정해진 답을 확인받기 위해 강연을 쫓아다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은 희망 하나.
언젠가 내가 강연자가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전할까?
지금은 먼 이야기지만, 강연을 들을 때마다 그 장면을 살짝 그려본다.
그런 상상이 외로운 글쓰기에도 힘을 준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를 뿌듯함이 남았다.
당장은 휘발될 지식 같아도 내 안 어딘가 차곡차곡 쌓일 거라는 믿음과 함께.
<강연 정보>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남겨봅니다.
아직 일정이 남아있으니 좋아하는 분의 강연이 있다면 신청해 보세요 ^^
망원역에 내려서 09번 마을버스 타니 도보 시간이 줄더라고요.
망원시장하고도 가까워요.
저녁은 근처에서 가볍게 먹었어요.
얼큰 우동 하나. 돈가스 하나.
우동은 많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돈가스도 바삭하니 맛이 괜찮았어요.
망원동은 워낙 맛집이 많으니 시간이 넉넉하다면 맛있는 저녁 한 끼 해보세요 ^^
원하는 강의도 듣고, 그 김에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 보는 일도 즐겁더라고요.
그 김에 맛있는 밥도 먹고, 커피도 한잔 하고, 동네도 두리번거리다 오고.
목적이 강연을 듣는 건데 가끔 주객전도된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