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입문러의 글쓰기연습장]
도서관 강의 <힙한 독서법>3번째. 취향 채집 편.
7월 25일, ‘힙합 독서법: 취향 채집 편’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힙한 독서법' 3회차 강의를 모두 듣게 됐다.
도서관에서 하나의 주제를 시리즈처럼 이어가는 방식이 신선했다.
역시 경험하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다.
이번 강의를 맡은 강사님은 정지혜 작가님.
“나만을 위한 한 권의 책을 고른다면?”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던진 이 질문에, 나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주제는 작가님이 ‘책 처방사’이기 때문이었다.
'책 처방사'는 작가님 직업 중 하나다.
스스로 만든 직업이라는 소개가 더 와닿았다.
작가님은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누군가 읽을 책을 처방해 준다.
처방전처럼 문진표를 작성하고 상담하면서 맞춤 추천을 해주는 방식이다.
“한 번 가서 처방받아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는 어떤 책이 지금 필요할까?
늘 필요한 책은 참고서처럼 습관적으로 찾아왔는데,
가끔은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
기억나는 강의 내용은,
“나를 위한 밑줄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밑줄 긋기"
‘이 구절은 누구에게 유용하겠다’ 생각하며 밑줄을 긋는 방식이다.
나만을 위해서는 내용이 너무 빽빽하게 쌓이기 마련인데,
타인을 위한 밑줄은 새로운 독서 태도였다.
병렬 독서법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책을 동시에—문어발처럼 혹은 찍먹하듯—읽는 방식으로,
시간과 기분,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나눠 읽는다.
“책이 잘 읽히지 않아도 1/3 정도는 읽고 결정해보세요.”
너무 짧게 판단하면 ‘읽기 싫은 책’으로 낙인이 찍힌다.
책도 사람처럼 시절 인연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1/3만 읽어도, 언젠가 다시 찾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독서란, 책+ 나의 삶= 화학작용.
-정지혜 작가님
강사님이 소개해 주신 독서 기록 애플리케이션들:
‘북적북적’, ‘산책’, ‘독서 타임’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고,
기록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기록은 데이터를 만들고, 그 데이터는 결국 나의 취향을 보여준다.
취향은 만들어가는 것이며, 블록을 쌓듯 하나씩 쌓아가야 비로소 모양이 드러난다.
이런저런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강연하시는 분들이 '기록'을 잘한다는 것.
내가 제일 못하고, 제일 부러운 부분이다.
흥미로운 내용은 후반부에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3권은?"
책에 대해 질문하면 답에서 그 책을 읽은 '사람'이 드러난다는 것.
작가님은 책 처방을 할 때, 반드시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3권”을 묻는다고 했다.
그 3권을 통해 독서 취향은 물론 독서관, 나아가 인생관까지 읽힌다고.
“그 사람의 관심, 바람, 고민까지 다 담긴다"라는 설명이, 마치 마술처럼 귀에 와닿았다.
그래서 이 3권을 적어보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고 했다.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정리해 보고
-어느 시기에 읽은 책인지,
-이 책의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특별히 생각나는 구절이 있는지,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3권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다.
-책의 분야, 저자 정보, 문체, 내용.
-이 책들을 읽은 시기상의 특징 (내가 이 책을 인생 책으로 와닿은 시기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책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싫어하는 취향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왜 이 책을 골랐는지
-나는 왜 이 책을 중간에 덮었는지
-나는 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는지.
나를 통과한 책들이 나도 몰랐던 '나'를 알 수 있게 해줄 것 같은 기대감이 솔솔 든다.
중간중간 작가님의 인생 책을 추천받았다.
책 처방사라는 이름답게, 작가님은 왜 그 책이 인생 책인지 조리 있게 설명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 귀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 팔랑팔랑,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도서관에서 추천받은 책들을 검색했다.
이게 바로 설득의 힘일까.
나는 아직 내 인생의 책 세 권을 정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내 삶에 조용히 흔적을 남긴 책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내 데이터를 쌓아, 나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답이 쉬운가요? (나만 어렵나요?...^^;;)
저는 한참 후에 이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공통점을 찾아보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색이 떠오릅니다.
이 책들 모두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무엇을 붙잡고 견디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스 인 조르바>: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는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나’와 대비되며, 진짜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노인과 바다>: 홀로 바다에서 거대한 물고기와 싸우는 노인은 외로운 존재지만,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팁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아우슈비츠라는 극한의 현실 속에서도 프랭클은 인간이 ‘의미’를 가질 때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 세 책에는 모두 ‘외로운 인간이 자신의 내면에서 힘을 찾는’ 서사가 있습니다.
조르바는 외롭지만, 본능과 감각으로 삶을 밀고 나갑니다.
산티아고 노인은 바다에서 완전히 혼자지만, 삶을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모든 외적 조건을 잃고도, 내면의 태도와 의미를 통해 고된 삶을 버팁니다.
이 책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테마를 피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당당히 마주합니다.
조르바는 인생을 불꽃처럼 태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산티아고는 노쇠한 몸으로 죽음을 감수하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현실 속에서 ‘삶을 택하는’ 인간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들을 읽은 시기를 떠올려보니 2020년.
자의 반 타의 반 세상과 단절되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갑자기 붕 떠버린, 우울증이 있던 시기였더라고요.
그래서 유독 와닿은 걸까요?
기억에 꽤 오래오래 남는 책들입니다.
<그리스 인 조르바>는 읽기 쉽지 않았지만 중반쯤부터 완전히 몰입해서 읽은 책이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노인과 바다>는 생각보다 너무 잘 읽혀서 깜짝 놀란 책이었네요...
아쉬우니, 한 권 더 추가한다면,
변화가 많고, 선택이 힘들었던 시기,
종종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언급을 자주 하는 책 중에 한 권이네요...
여러분의 인생 책 3권은 무엇인가요? ^^;;;
문득 글을 쓰다 보니 궁금해져서...
'나'를 더 빛나게 할 '인생 책'을 만나는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