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출신들이 만든 '공익 법인' 스타트업, 앤트로픽 완전 해부
AI업계를 요식업에 빗대자면, 가장 대중적인 플레이팅을 선보이는 곳은 오픈AI라는 '대형 프랜차이즈'.
반대로 재료의 원산지와 음식의 위생 안전에 까다로운 '유기농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앤트로픽(Anthropic).
일상에서 여러 가지 AI들을 같이 쓰는 필자 역시 어딘가 애정이 가고, 가장 신뢰되는 AI모델이 바로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시리즈다.
한국에서는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Gemini)에 가려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회사가 지금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앤트로픽이 어째서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이토록 사랑을 받는지, 최근 출시된 새 기능 ‘코워크(Cowork)’는 어째서 수많은 회사들을 긴장시키며, 그 회사들의 주가까지 폭락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 같이 알아보자.
일단, 앤트로픽은 오픈AI(OpenAI) 출신들이 2021년에 창업한 AI스타트업이다.
비영리 단체로 설립되어, 회사명 그대로 ‘오픈’을 지향하던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으며 소위 말하는 '돈 맛'을 보고, 수익 창출과 상업적 확장으로 노선을 변경. 이에 일부 핵심 개발자들이 반기를 들었다.
창업 배경부터 흥미진진한 탓에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다가, 최근 10개월 사이에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가 6배 이상 늘어나면서 오픈AI와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는 상황.
공익 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간판을 달고도, 2025년 매출 90억 달러(약 12조 원)를 찍었다.
미국의 법인 형태 중 하나로, 일반 주식회사가 오직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을 법적 의무로 삼는 반면, PBC는 수익 창출과 사회적 공익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회사이다. 따라서 PBC의 경영진은 당장의 이익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회사의 미션이나 공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주들로부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앤트로픽에는 '도덕'이라는 엄격한 레시피가 있다. 이름도 거창한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
인간이 사는 국가의 근본이 헌법이듯, AI에게도 지켜야 할 헌법을 먼저 주입하고, 그 안에서만 학습하고 사고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AI가 멋대로 굴게 두지 않는다.
명문화된 가이드라인으로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든다.
이게 바로 앤트로픽 식 '책임감 있는 지능'이다.
— Anthropic 기술 보고서 중
특히, 이 헌법의 전문(全文)은 앤트로픽의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가 되어있으므로, 이 회사의 AI모델들의 ‘성향’을 누구나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 클로드 헌법: https://www.anthropic.com/constitution
그 밖에도 'Activation Probes'라는 기술은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전에 위험한 의도를 품는 순간을 마치 뇌파 검사처럼 실시간으로 포착하여, 기존보다 40배 저렴한 비용으로 거의 완벽하게 사고를 예방한다.
또한, 여기에 'Assistant Axis'라는 안전장치를 더해, AI가 사용자와 긴 대화를 나누더라도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엉뚱한 성격으로 변질되지 않고 AI 어시스턴트로서의 본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캘리포니아 대법관 티노 쿠에야르(Tino Cuéllar)까지 모셔와서 이사 선임권까지 있는 강력한 '독립 감시관'으로 임명했으니, 이 정도면 일부에서 마케팅 전략이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해도, 다른 AI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보여준다.
작년 9월 말에 발표된 최신 모델 클로드(Claude) 소넷(Sonnet)/오퍼스(Opus) 4.5는 벤치마크 점수판을 갈아엎고 있다. 유일한 단점은 이름이 멋진데 좀 난해하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Opus 4.5는 벤치마크 점수를 넘어, 현재 세계 최고의 코딩 모델로 평가받으며 개발자들의 최우선 선택지로 뽑히고 있고, 다년간 쌓아온 앤트로픽의 '안전성'과 '정확성' 지향 기술을 통해, 낮은 환각과 높은 지시 유지율을 자랑한다.
단점 중 하나도 지적되던 높은 비용도,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으며, 곧 출시될 5.0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 물론 여전히 대단히 비싸다.
내 개인 경험으로도, 비용을 신경 안 쓴다면 현존하는 AI모델 중에서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4.5의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
(단, 성능 평가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며, 용도나 속도 등 다양한 지표가 존재할 수 있음)
클로드를 이용한 AI코딩은 이미 실무에서도 널리 사용되며, 일본의 쿠팡 '라쿠텐(楽天)'은 1,250만 줄짜리 코드에서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는 작업을 클로드 코드를 통해 99.9%의 정확도로 단 7시간 만에 해치우며, 개발 시간을 79% 단축시켰다.
2026년 1월, 앤트로픽이 내놓은 '코워크(Cowork)'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핵심은 간단하다. 코딩 못 해도 AI 에이전트를 이용해서 각종 컴퓨터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게 만들어버린 것.
며칠 전에 연작으로 소개한 오픈클로(OpenClaw)와도 맞닿아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 오픈클로(OpenClaw) AI에이전트의 가능성과 위협
- 오픈클로(OpenClaw)? 비전문가를 위한 활용법
- 오픈클로(OpenClaw) 나도 한 번 설치해 볼까?
Wired는 "실제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AI Agent That Actually Works)"라며 극찬했고, Quartz는 "챗봇에서 진짜 동료로 진화한 AI"라고 평했다.
코워크는 사용자가 지정한 폴더 내 파일을 읽고, 수정하고, 심지어 직접 코드를 짜서 실행까지 하며, 단순 대화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단, 여전히 비용이 큰 걸림돌이다.)
그러다 그저께 앤트로픽이 코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법률 특화 플러그인을 공개하자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계약서 검토, 리스크 플래깅, 컴플라이언스 추적 등 법무 핵심 업무를 자동화하는 이 새로운 기능으로 인해, RELX(LexisNexis 모회사), Thomson Reuters(Westlaw 모회사), LegalZoom 등 법률 소프트웨어 대장주들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
더 무서운 건, 코워크 플러그인은 법률에 그치지 않고, 이미 마케팅, 영업, 재무, 고객지원, 인사 등 분야별 맞춤형 '에이전틱 자동화'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리뷰는 제대로 사용해 보고 다시 공유하겠습니다.)
결국, 코워크는 파운데이션 AI모델 등을 활용해서 열심히 전문 에이전트 AI를 만들고 있던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을 순식간에 도태시켜 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직 AI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지 않았고, 사업 도메인의 구분이 불명확한 시점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쥐고 있는 AI 기업들의 사업 방향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
AI시대의 패권 전쟁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미국 기업만으로 국한해도, 선두 주자인 오픈AI를 비롯해서, 구글, 앤트로픽, xAI가 4강 체재로 혈투를 벌이고 있는데, 작년 펜타곤(미 국방부)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xAI에게 공평하게 2억 달러씩 펀딩하며, 미래에 AI 에이전트가 기업뿐 아니라 국방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 그리고, 앤트로픽의 코워크(Cowork).
물론 오픈AI와 구글도 쉽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기업의 약진도 눈부시다.
AI 전쟁의 끝에 승자는 있을 것인가?
애초에 전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여러분과 함께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Wired – "Anthropic's Claude Cowork Is an AI Agent That Actually Works"
Quartz – "Anthropic wants Claude Cowork to take AI from chatbot to coworker"
TechCrunch – "Anthropic brings agentic plug-ins to Cowork"
The Guardian – "Anthropic's launch of AI legal tool hits shares in European data companies"
Bloomberg – "Anthropic AI Tool Sparks Selloff From Software to Broader Market"
Business Insider – "Why Anthropic's latest AI tool is hammering legal-software stocks"
LawNext – "Anthropic's Legal Plugin for Claude Cowork May Be the Opening Salvo..."
Artificial Lawyer – "Anthropic Moves Into Legal Tech"
Rakuten accelerates development with Claude Code
Anthropic, Google and xAI win $200M each from Pentagon AI chief for ‘agentic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