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시리즈 G에서 300억 달러(약 42조 원) 투자 유치
2026년 2월 12일(미국 시간 기준), 앤트로픽이 시리즈 G에서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추가로 끌어모았다.
기업가치는 3,800억 달러(약 532조 원).
창업한 지 딱 5년 된 회사가 SK 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 되었다.
오픈AI의 400억 달러 라운드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벤처 딜이 터진 것.
불과 1년 전 시리즈 E(2025년 3월) 때 615억 달러였으니, 10개월 만에 몸값이 6배 넘게 뛴 셈이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소개했던 앤트로픽, 필자도 평소에 가장 자주 사용하는 AI모델인 클로드(Claude)의 개발사인데,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지 다시 한번 알아보자.
투자 라운드별 기업가치 변화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시리즈 A (2021년): 1.24억 달러 투자 유치
시리즈 D (2023년): 기업가치 145억 달러
시리즈 E (2025년 3월): 기업가치 615억 달러
시리즈 F (2025년 9월): 기업가치 1,830억 달러 (130억 달러 유치)
시리즈 G (2026년 2월): 기업가치 3,800억 달러 (300억 달러 유치)
누적 투자 유치 총액만 570억 달러 이상(약 80조 원)으로, 리드 투자자로 GIC(싱가포르 국부펀드), 코튜(Coatue), D.E. Shaw, 파운더스 펀드 등이 참여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도 약 1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기대치만 높고, 실체가 없는 다른 AI 벤처들과 달리 매출도 대단하다.
연환산 매출(ARR)의 추이를 살펴보자. (ARR이란 현재 매출 속도를 1년으로 환산한 값으로, 실제 연매출과는 다르지만 초고속 성장 기업의 현재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
2024년 말: ARR 10억 달러
2025년 5월: ARR 30억 달러
2025년 8월: ARR 50억 달러 이상
2025년 말: ARR 90억 달러
2026년 2월 현재: ARR 140억 달러(약 20조 원)
2년 만에 ARR이 10억에서 140억 달러로, 14배 뛰었다.
이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으로,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은 180억 달러, 2028년에는 연매출 700억 달러에 현금흐름 17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FT(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미 대형 법률 법인 윌슨 손시니(Wilson Sonsini)를 IPO 주관사로 선임했다. 오픈AI도 2026년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니, AI 역사상 최대 IPO 대전이 예고된 것.
한 가지 흥미로운 법적 포인트가 있는데, 미국 1934년 증권거래법 제12(g) 조에 따르면, 자산 1,000만 달러 초과에 주주 수 2,000명 이상이 되면 SEC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앤트로픽의 연이은 대규모 펀딩과 임직원 스톡옵션 확대를 고려하면, 이 임계점에 이미 근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장은 원하든 원치 않든 법적으로 밀려가는 수순일 수 있다.
참고로, Polymarket에서는 "2026년 6월까지 IPO 없음" 확률이 92%이며, 시장은 하반기 이후를 점치는 분위기. FT는 "올해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세 회사의 IPO 수익만 합쳐도 2025년 미국 전체 IPO 200건의 총액을 넘길 것"이라 전망했다.
앤트로픽은 공익 법인(PBC)이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글 참조)
주주 이익 극대화만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회사.
"그러면 돈 못 버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블랙록,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카타르 투자청, 온타리오 교사연금까지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ESG 투자가 대세인 시대에, PBC 간판은 기관 자본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특히, 무분별한 AI 개발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앤트로픽의 "공익" 우선은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의 안심감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앤트로픽의 '공익 법인'이라는 간판과 '도덕적 AI'라는 이념은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쓰는 기업 고객이 500곳 이상. 전체 매출의 80%가 B2B(기업 대상)에서 나온다. 참고로, 최대의 라이벌인 오픈AI는 매출의 약 40%만이 기업 고객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
'안전한 AI'라는 브랜드가 규제에 민감한 금융·의료·법률 분야에서 특히 먹히는 것이다.
게다가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Azure 3대 클라우드 전부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프론티어 모델이라는 점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압도적 강점이다.
단, 화려함 뒤에 숨겨진 현실도 있다.
2025년 캐시번(현금 소진)이 약 52억 달러. 구글·아마존 서버 추론 비용이 예상보다 23% 높아서 마진이 쪼그라든 상태다. 돈은 잘 버는데, 더 잘 쓰고 있다.
또한, Fluidstack과 500억 달러 규모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발표했는데, 성공하면 해자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거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참고로, 이건 앤트로픽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픈AI는 2026년에만 14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되며, 2029년까지 누적 440억 달러 손실을 내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시번 규모는 앤트로픽보다 훨씬 크다.
구글 역시 2026년 AI 설비 투자에 1,750억~1,850억 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10% 빠지기도 했다.
AI 전쟁의 참전 비용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어마어마하다.
흥미로운 건, 투자자들도 답을 모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은 오픈AI, 앤트로픽, xAI 세 곳 모두에 투자하고 있다. 오픈AI를 '역대 최대 베팅'이라 공언했던 알티미터 캐피탈(Altimeter)도 앤트로픽 시리즈 G에 2억 달러 이상을 넣었다. 과거에는 경쟁사 양쪽에 투자하는 건 VC 업계의 금기였는데, 이제는 '분산 투자'가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그리고 모두가 간과하는 진짜 최강자가 있다. 바로 구글(알파벳).
모두가 알다시피 구글은 2025년 연간 매출 4,000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테크 기업 중 하나다.
Q4 순이익만 345억 달러(약 48조 원). 구글 클라우드는 전년 대비 48% 성장하며 수주 잔고가 2,400억 달러에 달한다. 2026년 설비 투자(CapEx) 가이던스는 1,750억~1,850억 달러로, 2025년 대비 거의 2배다.
무엇보다 구글은 AI 모델(Gemini), 클라우드 플랫폼(GCP), 반도체(TPU)를 모두 자체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Gemini 추론 비용을 78% 절감한 것도 이 수직 통합 덕분.
제미나이(Gemini) 활성 사용자는 6억 5천만 명으로,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외부 자본을 소모하며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 구글은 이미 완성된 자사의 인프라 위에서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승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전쟁은 단순히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싸움이라는 사실.
과연 우리는 유토피아에서 살게 될까, 아니면 터미네이터와 메트릭스의 세상에서 고통받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