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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서점에서 만난 한국 작가들

여기는 힐링 에세이가 통하는군요

by 자몽


작년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해외에 살다 보니, 한국이 뭐만 잘해도 그렇게나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K팝과 K드라마 덕에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반가워하는 사람이 많다. 저마다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를 말하며 아는 척을 한다. 그럴 때마다 뿌듯하다.
음식도 그렇다. 트레이더조에 가면 이제 한국 음식은 흔하게 보인다. 한국 마트에서 산 고추장이 떨어져, 트조에서 작은 고추장을 사봤는데 꽤 괜찮다. 작년에 크게 히트 친 김밥뿐 아니라 여기엔 떡볶이, 김치 불고기 볶음밥, 떡국떡, 전, LA갈비, 잡채 등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판다. 코스트코에서도 한국 음식이 점점 늘어난다.


헌데 이번엔 한국 책이라니!

해외에 나와보니 한국은 작은 나라다. 내가 사는 텍사스만해도 한국의 7배 크기다. 그런 작은 나라에서 이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다.




연말의 런던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처음에 서점을 닫힌 서점을 지나가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 이후에 세 군데 서점에 들를 수 있었다.


그곳에 한국 작가의 책들이 있었다.

처음 간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칸을 보는데 tteokbokki(떡볶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여기 있다니! 그것도 베스트셀러에! 무려 'Atomic Habbit'과 나란히 서있었는 걸 발견하고 진심으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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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백세희 작가의 히트작이다. 표지는 한국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댄싱스네일'님이 그렸다. 제목을 진짜 잘 지었다. 편집자가 지은건지 궁금하다. 맞다면 그 편집자 진짜 대박! 센스가 폭발한다.


이 책은 영국에만 출간된 게 아니다. 무려 25개국이다. 그리고 드라마까지 찍는다고 하니 박수를 친다.

어쨌거나 한국 정서라고 생각한 이런 힐링 에세이가 유럽인에게 통하는구나! 놀라웠다.


그래서 다른 책들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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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발견했다.

2016년 출간된 이후 국내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린 워낙 유명한 책이다. 길지도 않은 내용에 밑줄 칠 부분이 너무나 많은 책. 따뜻한 책. 이 책은 일본에서도 많이 팔렸다고 들었다. 이 또한 힐링 에세이다. 아무래도 유럽인들에게는 이런 취향이 통하나 보다.


다른 책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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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스네일'님이 또 등장한다. 이번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작가로. 바로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라는 책이다. 나는 이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정확히는 이 책의 그림을 보고. 너무 내 취향이라서.

그 뒤로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상적인 소재를 짧은 메시지와 함께 푼다. 이 또한 힐링 에세이다.





검색해 보니 영국에 번역서로 출간된 책이 더 있었다.

박소영 작가의 <스노볼 - Snowglobe>,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 Marigold Mind Laundry>, 유영광 작가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 The Rainfall Market>, 이근후 작가의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 If You Live to One Hundred, You Might As Well Be Happy>,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 - A Thousand Blues> 등이다.


하지만 한국 번역서들은 35세 이하의 독자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며, 힐링 에세이 반응이 좋다고. 내가 본 것과 일치한다.



IMG_0644.HEIC 표지가 다른 버전이다.


한국 출판 시장이 워낙 어렵다고들 한다.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니 그럴 수밖에. 이제 세상에는 책 보다 재밌는 게 너무 많다. 어릴 때부터 영상과 쇼츠에 길들여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한국 작가들이 세계로 많이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판을 깔아주고, 더 많은 작가들이 나가주면 좋겠다. 얼마 되지도 않는 인구를 공략하느니 해외를 노리는거다. 독자의 수가 그렇게 늘어나길 소망해 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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