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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Aug 16. 2024

프롤로그. 아끼고 있는데 대체 왜?

정말 이해가 안 가서 가계부를 적기 시작했다. 


‘아까 마트 주유소는 갤런당 $2.97이었는데, 여긴 $2.99네'


텍사스는 기름값이 싸다. 

하지만 더 저렴한 주유소가 근처에 있는데 

똥 나올 만큼 급한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주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3초의 고민. 그리고 지나친다. 





‘유료 도로로 갈까, 아니면 돌아서 무료 도로로 갈까’ 


휴스턴은 발에 치이는 게 유료 도로다. 

오늘도 어김없이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유료 도로로 가면 90센트를 내야 한다. 

대신 4분 정도가 더 빠르고, 뚫린 스트레스가 덜하다. 


무료 도로로 가면 90센트를 아낄 수 있다.

고작 4분 차이다. 하지만 피곤할 때면 이 길은 꽤 스트레스가 된다. 


5초의 고민. 무료 도로로 방향을 튼다. 




마트다. 

덩어리 큰 돼지고기를 집어든다. 

뼈가 있어 발라내려면 조금 귀찮긴 하지만
기름과 살코기가 적당히 섞여 있는 큰 덩어리가 고작 20달러다. 

0초의 고민도 없이 집어든다. 


부위별로는 잘 사지 않는다. 비싸니까. 


기름과 층을 이루는 부분은 삼겹살로 구워 먹고, 
나머지는 잘 잘라서 고추장 양념을 입혀 볶아먹는다. 

5인가족, 3끼는 먹을 양이다. 




미국살이 8년간 머리 파마는 두 번 해봤나?

네일숍엔 가본 일도 없고,

내 옷 산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도로에서, 마트에서, 어디를 가도

매일 조금씩 아끼려고 노력한다. 


근데 우리 집은 대체 어디에 돈을 쓰길래 

이번 달에도 만 불이나 쓴 걸까? 


미국에서 한 달에 1,000만 원 벌어도 거지라는 누군가의 유튜브를 봤다. 

공감한다. 

우리 집은 천만 원 아니라 1,300만 원을 쓴 셈이다. 


그래서, 대체 어디에 돈을 쓴 거냐고! 







가끔은 허무해집니다. 

티끌을 모으고 모아서 한주먹 예쁘게 만들었더니,  

느닷없이 생긴 구멍에 한 바가지 모래가 빠져나가곤 하니까요. 


스레드에 식비에 대한 짧은 글을 올렸어요.

외식비를 포함하여 5인가족 매달 식비로 $1,500불이면 어떠냐는 질문이었죠.
많은 분들이 말이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맞아요. 저희 가족은 식비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활비가 적게 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간 어디에 숨은 구멍들이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메워보려고 전 뭘 하고 있는지, 


숨만 쉬어도 돈이 '많이' 든다는 미국살이,
날것 그대로 돈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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