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없애버리겠다
그러고 보니 띄어쓰기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까맣고 잊고 있던 커다란 문제가.
'적·의를 보이는 것·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첫 꼭지 제목이다.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서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이란다.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필요하게 들어간 경우 없애라는 거다.
하지만 이 '불필요하게'가 어렵다.
예시로 몇 개 보자.
- 문제의 해결은 그다음의 일이다 → 문제 해결은 그다음 일이다
-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 인생이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 인생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이다 →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 나는 이 도시가 내 고향인 것처럼 생각되었어 → 나는 이 도시가 내 고향처럼 여겨졌다
갈 길이 멀지만 일단 이 4개부터 잡아보기로 했다.
91쪽의 내 원고에서 적, 의, 것, 들이 각각 몇 번 등장하는지 검색해 보고 깜짝 놀랐다.
적 - 233
의 - 623
것 - 487
들 - 912
세상에나!
지금부터 나는 '적·의를 보이는 것·들'과 전쟁을 선포한다. 이걸 해결해야 맞춤법과 띄어쓰기 교정으로 갈 수 있다. 이번주에 다 하는 게 목표였는데, 아무래도 기간이 더 필요하겠다.
마당의 잡초 뽑듯이 나는 오늘부터 저 숫자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숫자가 하도 커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어디 몇 개나 줄어드는지 기대가 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