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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Sep 25. 2024

고치고 고쳐도, 어차피 초고인 것을

그만 힘 빼고 마침표를 찍어보자고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쓴다. 
초고는 신나게 쓰면 된다. 고칠 때부터가 진짜다. 
1차 퇴고, 2차 퇴고, 3차 퇴고...

내가 그렇게 이름 붙여 고친 그 글은,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 어차피 다시 초고가 된다. 

그렇다. 나는 초고에 이렇게 힘을 빼고 있던 게지. 






같이 글쓰기 공부하는 작가님들 중에 두 분이 이번에 계약서에 사인하셨다. 그중 한 분은 쓰고 있는지도 몰랐고, 한 분은 나보다 갈 길이 먼 줄 알았다. 시작은 분명 내가 먼저 했는데, 나는 아직도 고치기만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지인이 계약을 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꽤나 큰 자극이 되어 주었다. 우선 부러웠고, '대체 언제 글을 쓰고 계셨던 거지?' 충격도 받았다. 나는 글 쓴다고 블로그에도 여러 번 올렸는데. 시작한 지가 언젠데. 우리 애들이 "엄마 책은 언제나와?" 자꾸 물어보는데! 


그리고 꿈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계약한 작가님들과 내 글 쓰기 실력이 큰 차이도 나지 않을 거 아냐.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내 글도 세상에 나올 수 있겠어!라고. 

그러다 다시 좌절했다. 

아니야. 저 두 작가님들은 컨셉이 확실하잖아. 나도 처음부터 그런 생각하고 썼어야 했는데. 내 책은 요즘 세상이 좋아하는 주제가 아닌 것 같아. 나 혼자 너무 신나게 썼잖아. 


그래도 이미 시작한 거, 될지 안될지는 이메일이라도 보내봐야 아는 거 아니겠는가. 그러려면 끝내야 한다. 2차 퇴고라고 썼지만 실은 6번쯤 고치고, 그래봤자 다시 초고로 이름 붙여질 지긋지긋한 내 원고를. 



계약한 작가님이 말해줬다. 

접속사, 조사도 다 뺐는데 출판사에서 흐름이 깨진다고 다시 넣어달라고 했다고. 

퇴고하면서 뺀 인용문들을 다시 넣고 있다고. 

어느 출판사, 어느 편집자를 만날지 모르기에 계약 전 퇴고에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맞춤법 검사를 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채웠으며, 목차를 수정하고, 제목도 조금 고쳤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일단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일단 후련하다.

이다음 글이 나는 궁금하다.

내 글이 어디로 가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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