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고치고는 있습니다만
브런치 작가에 선정됐다는 이메일을 받은 지 14개월 만에 어제 첫 글을 올렸다.
브런치는 어쩐지 폼을 잡고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시작하기가 오래도 걸렸다.
나는 사람에도 낯을 가리지만, 이런 것도 낯을 가리니까.
인사를 트고 났더니 다음 글은 쓰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래서 하나 더 썼다. 아직 폰트 수정하는 법도 모르고, 블로그와는 다른 인터페이스에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이런 건 서서히 친해지며 알아가면 될 일이다. (방금 찾았다)
조금 자신이 붙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투고 과정을 기록해 보면 되겠군!
될지, 안될지 모른다.
성공하면 성공스토리고, 실패하면 실패스토리가 될 뿐이다. 어떤 쪽이든 기록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나의 또 다른 도전에도, 혹은 나와 상황이 비슷한 누군가에도. 그렇게 닿길 바란다.
아직 다 쓰지도 못했다. 그래도 많이 고쳤고. 또 그러고 있으니 이쯤에서 기록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먼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조금 업데이트를 해보자.
초고는 쉽게 채웠다
작년 여름에 공저에 참여하고, 가을에 책이 나왔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40 꼭지 내 글로 다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난 할 말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리고 그래야 어디 가서 작가 소리도 듣는 것 아닌가? 순진하게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작가 소리는 그렇게 듣는 게 아닌데)
초고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꼭지당 2페이지, 총 40페이지를 꽉 채웠다. 난 원래 채우는 건 잘한다. 걷어내는 게 힘들 뿐이지. 초고는 쓰레기라고들 하지만 사실 혼자 휘갈기며 내 글에 취했다. '이거 초곤데 이렇게 잘 써도 되는 거야?'라며. 나 좀 잘하는 줄 착각하면서.
다시 읽어본 내 글은 쓰레기구나
고치는 단계가 되자 굼벵이처럼 느려졌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건 다 핑계라지만 그때는 그랬다. 애가 셋이고, 라이드는 넘치고, 도시락도 싸야 하고, 남편은 대부분 출장 중이었다. 게다가 난 엄마 역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일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바빴고, 에어비앤비 관리도 해야 했고, 때로는 우리 집 문제가 터지면 해결하러 다녀야 했으니까.
오랜만에 펼쳐본 내 글은 쓰레기였다. 이건 뭐 괜찮기는커녕 새로 다시 써야 할 판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재미라도 있느냐? 아니었다.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라도 있었을까? 그러면 다행이었지만 그 역시 아니었다.
꾸역꾸역 모든 글을 새로 쓰는 마음으로 고쳤다. 목차도 조금씩 바꿨다. 그러자 24년의 해가 밝아버렸고, 밸런타인데이도 지나갔다.
그렇게 고쳐놨는데, 이제 고칠 건 많이 없겠지
1차에서 심사숙고해서 고쳤기에 2차는 자잘한 부분만 고치면 되겠지 생각했다. 어떤 글은 정말 그랬다. 크게 고칠 부분이 없다 느꼈다. 입으로 내뱉으며 읽어보며 걸리는 부분을 고쳤다.
크게 잘못된 걸 깨달은 건 6 꼭지만 남겼던 어느 날이다.
(다음 글로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