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Q영어독해를 공부하기 전에 알아야 할 예비 사항들
이번 시리즈는 사실 영어 중급자들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영어 단어도 꽤 알고 기초적인 문법 지식도 있지만 여전히 독해는 막히는 사람들을 위한 시리즈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여전히 품사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내 글을 보면서 여러 단어를 한 번에 묶어서 ‘덩어리’나 ‘어구’라고 표현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 역시 있을 수 있다. 이번 1장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가볍게 풀어 주기 위해 준비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큐에 관해 다루기보다는 본론에 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문법 단위들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우선 순서를 좀 뒤집어서 ‘덩어리’ 개념을 먼저 이해해 보자. 내가 종종 “덩어리”라고 부르는 녀석들은 대부분의 문법책에서 “구”나 “절”이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각각 여러 단어가 모여서 하나의 단어처럼 쓰이거나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단어처럼 쓰이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보자.
철수는 영희에게 핸드백을 주었다.
잘생긴 철수는 영희에게 핸드백을 주었다.
장동건처럼 잘생긴 철수는 영희에게 핸드백을 주었다.
거금을 들여 성형수술을 한 덕택에 장동건처럼 잘생긴 철수는 영희에게 핸드백을 주었다.
여기서 “철수”, “잘생긴 철수”, “장동건처럼 잘생긴 철수”, “거금을 들여 성형수술을 한 덕택에 장동건처럼 잘생긴 철수”는 모두 구체적인 이미지는 다를지라도 하나의 철수를 가리킨다. 결국 우리 머릿속에는 하나의 명사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한편, “잘생긴”, “장동건처럼 잘생긴”, “거금을 들여 성형수술을 한 덕택에 장동건처럼 잘생긴” 역시 구체적인 양상은 다를지라도 결국 잘생겼다는 특성 한 가지를 나타낸다. 우리 머릿속에는 하나의 형용사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철수는 철수인데 잘생긴 철수”, “잘생기긴 잘생겼는데 장동건처럼 잘생긴” 등등. 이런 식으로 여러 단어가 모였지만 결국 하나의 품사처럼 기능하는 어구를 나는 덩어리로 여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다.
A dog is barking at my front yard.
An ugly dog is barking at my front yard.
An ugly dog with three legs is barking at my front yard.
An ugly dog which has three legs and seems to belong to John is barking at my front yard.
각각의 문장에 등장하는 ‘a dog’는 어떤 수식어구가 붙었든 간에 결국은 한 마리 개이다. 아무리 부가 설명이 길더라도 우리 머릿속에는 최종적으로 단 하나의 명사만 떠오르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구나 절을 통째로 묶어서 명사라느니 형용사라느니 부사라느니 동사라느니 부를 텐데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핵심 명사나 형용사나 부사나 동사를 딱 찾아내면 된다. 그 비법은 품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사실 각각의 품사를 정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한국어 직관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
사과, 차, 사람들, 민수, 학교, 사랑, 유니콘, 2011년, 식사, 건설, 운동, 지원, 소파 위에 있는 고양이, 숲 속의 요정들, 영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얼굴, 햄버거를 먹는 것, 친구가 나를 배신했다는 사실, 이 금도끼가 네 도끼인지 아닌지…
an apple, a car, people, John, school, love, an unicorn, 2011, a meal, construction, exercise, support, the cat on the sofa, fairys in the woods, a face that is not in good condition, eating a hamburger, the fact that my friend has stabbed in my back, whether this gold axe is yours or not…
an apple
a delicious apple
an unbelievably delicious apple
여기에 나열된 어구들은 머릿속에서 딱 떨어지는 개체나 존재 혹은 개체나 존재의 집합을 가리킨다. 공통적으로 ‘-은/는’, ‘-이/가’, ‘-을/를’과 같은 조사가 붙을 수 있다. 영어로 치면 주어, 목적어 등으로 쓰이는 셈이다. 또한 “넌 무엇을 원해?”, “넌 어느 것이 좋아?”, “넌 무엇을 알고 싶어?”, “넌 무엇이 궁금해?”처럼 ‘무엇’이나 ‘어느 것’을 묻는 질문에 대답으로 써먹을 수 있다. 영어로 치면 ‘what’이나 ‘who’나 ‘which one’을 묻는 질문에 대답으로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문장 내에서 한 번 등장한 경우 ‘그 사람’, ‘그들’, ‘그것’과 같은 대명사로 대신할 수 있다. 영어로도 마찬가지다. 이런 어구들이 바로 ‘명사’ 혹은 ‘명사 덩어리’이다. 영어에서 ‘apple’, ‘car’, ‘people’ 등 일반적인 명사가 덩어리를 구성할 때 주의할 점은 앞에 ‘a(n)’, ‘the’, ‘some’, ‘his’와 같은 결정사와 ‘unbelievably delicious’와 같은 형용사 덩어리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an unbelievably delicious apple”이 하나의 명사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번외] “선생님, 왜 복잡한 명사 덩어리는 설명을 안 해 주세요?”
좋은 지적이다. 위에 나열한 명사를 보면 “the cat on the sofa”라거나 “a face that is not in good condition”, “the fact that my friend has stabbed in my back”과 같은 거대한 명사 덩어리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명사 덩어리가 길고 복잡해진 이유는 전치사구, 관계사절, that-절과 같은 녀석들 때문인데, 이 녀석들은 앞서 예고한 대로 시리즈 중반부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다룰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하나의 명사 덩어리로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아래에 나올 형용사, 부사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스러운, 멋진, 잘생긴, 가치 있는, 돈이 많은, 서울에 있는, 찰스가 목숨을 다 바쳐 사랑해 온, 이번 대회를 우승할, 돌에 맞아 부서진, 노래를 부르고 있는…
lovely, cool, handsome, valuable, wealthy, in Seoul, whom Charles has loved at the risk of his life, to win this competition, broken by a stone, singing a song…
handsome
unbelievably handsome
nearly unbelievably handsome
여기에 나열된 어구들은 앞에서 언급한 명사를 구체적으로 한정시켜 주는 상태나 속성을 가리킨다. 주로 ‘-ㄴ’이나 ‘-ㄹ’로 끝이 나서 뒤에 있는 명사를 꾸며 준다. 영어의 경우에는 단순한 형용사는 명사 앞에서 꾸며 주는 경우가 많고 복잡한 형용사는 명사 뒤에서 꾸며 준다.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여기 있는 녀석들 중 대다수는 끝에 ‘-ㄴ’이나 ‘-ㄹ’ 대신 ‘-다’를 붙여 동사처럼 쓸 수도 있다. 영어의 경우에는 be동사를 활용하여 동사처럼 쓸 수 있다. 또한 문장 내에서 이미 한 번 등장한 경우 ‘이러한’, ‘그러한’, ‘저러한’과 같은 지시형용사로 대신할 수 있다. 영어로도 마찬가지다. 지시형용사나 ‘such’와 같은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어구들이 바로 ‘형용사’ 혹은 ‘형용사 덩어리’이다. 형용사 역시 앞에 부사가 붙더라도 한 덩어리로 취급해야 한다. “nearly unbelievably handsome”은 이러나저러나 ‘handsome’을 가리킨다.
매우, 심하게, 너무나, 열심히, 근면하게, 놀랍게도, 서울에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엄마를 돕기 위해서, 철수가 영희에게 핸드백을 도로 달라고 했을 때, 네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very, severely, too, hard, diligently, surprisingly, in Seoul, according to a recent study, to help my mom, when Cheol-Su asked Young-Hee to give him back those handbags, no matter how much money you have…
severely
fatally severely
almost fatally severely
여기에 나열된 어구들은 형용사나 부사를 구체적으로 한정시켜 주거나 사건이 발생한 시간, 배경, 이유, 원인, 방법, 수단 등을 가리킨다. 사실상 명사, 동사, 형용사 덩어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덩어리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나열된 어구들을 사용하고 나면 이어서 형용사나 부사나 동사나 문장을 읊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예컨대, “매우… 잘생긴/심하게”, “열심히… 일했다”, “놀랍게도… 철수는 핸드백을 받아 내고야 말았다”, “엄마를 돕기 위해서… 설거지를 했다” 등등. 영어도 마찬가지다. 또한 문장 내에서 이미 한 번 등장한 경우 ‘이렇게’, ‘그렇게’, ‘저렇게’와 같은 지시부사로 대신할 수 있다. 영어의 경우에는 역시 지시부사나 ‘so’와 같은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어구들이 바로 ‘부사’ 혹은 ‘부사 덩어리’이다. 부사 앞에 다른 부사가 여러 개 붙더라도 한 덩어리로 취급해야 한다.
먹다, 배부르다, 미남이다, 열심히 일하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해 왔다, 열심히 일할 운명이다, 열심히 일하기로 되어 있다, 열심히 일하고 싶다,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다, 돌에 맞아 깨졌다, 쭉 괴롭힘을 당해 왔다…
eat, be full, be a good-looking guy, work hard, be working hard, can work hard, have worked hard, be destined to work hard, be supposed to work hard, want to work hard, need to work hard, be broken by a stone, have been bullied ever since…
여기에 나열된 어구들은 어떤 사건이나 동작이나 행동이 일어났는지를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공통적으로 ‘-다’로 끝나는 걸 볼 수 있다. 문장 내에서 한 번 등장한 경우 ‘나도 그래’와 같은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다. 영어의 경우에는 훨씬 체계화가 되어서 소위 대동사라고 불리는 녀석들로 대체할 수 있다. 예컨대, “I do, too.”, “like he was”, “she has, too” 등과 같은 표현으로 대신 받을 수 있다. 이런 어구들이 바로 ‘동사’ 혹은 ‘동사 덩어리’이다. 동사 앞에 붙는 조동사나 조동사 대용어구는 물론 동사를 꾸며 주는 부사를 한 번에 묶어서 하나의 동사로 봐야 한다는 사실에 주의하자.
[연습문제] 다음 밑줄 친 부분이 어떤 품사 덩어리인지 알아맞히기
(1) 당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면 (2) 소셜 미디어 계정에 높은 팔로워 수를 기록하는 것은 (3) 당신이 실생활 속에서 수행하고 있는 온갖 일에 (4) 도움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예시로는 코미디언이 있다. 코미디언은 (5) 자기 기술을 갈고닦는 데에 매일 몇 시간씩을 사용하지만, 정작 주위 사람들에게는 (6) 인스타그램 팔로잉 현황에 대해 (7) 계속 질문을 받는다. 이는 기업들이 (8)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더 쉽고 저렴한 방법들을 항상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정답:
(1) 부사 덩어리
(2) 명사 덩어리
(3) 형용사 덩어리
(4) 동사 덩어리
(5) 부사 덩어리
(6) 명사 덩어리
(7) 동사 덩어리
(8) 형용사 덩어리
기본적인 4대 품사에 더해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녀석이 둘 있다. 바로 ‘전치사’와 ‘접속사’다. 역시 한국어와 비교해 보자.
~안에, ~위에, ~아래에, ~에, ~에서, ~에게, ~에 따르면, ~에도 불구하고, ~때문에, ~와 함께 …
in ~, on ~, under ~, at ~, from ~, to ~, according to ~, despite ~, because of ~, with ~ …
우선 전치사다. 이 녀석은 단어 뜻을 보면 항상 물결 표시(~)가 등장한다. 즉, 결코 혼자서는 못 쓰이고 빈칸을 채워 줄 다른 무언가와 함께 쓰여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어로 치면 조사와 비슷하다. 그런데 위 한국어 예문을 보면 물결 표시에 공통적으로 명사 덩어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상 위에”, “서울에서”, “연구에 따르면”, “네 놈 때문에” 등등. 영어의 전치사도 마찬가지다. 물결 표시가 뒤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뒤에 명사를 데리고 와야 한다. 따라서 전치사란, 문장 내에 명사를 추가로 데려오고 싶을 때 명사 덩어리를 데려와서 붙여 주는 역할을 하는 품사이다. 예컨대, “on the desk”, “in Seoul”, “according to a study”, “because of you bastard” 등등.
~할 때, ~함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하는 동안, ~함에 따라, ~하기 때문에, ~하든 말든 …
when ~, although ~, if ~, while ~, as ~, because ~, whether ~ …
다음은 접속사다. 이 녀석 역시 물결 표시가 있는데 빈칸을 채우는 녀석이 전치사와는 다르다. 한국어로 치면 물결 표시에 공통적으로 ‘-하다’ 동사가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내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여자친구와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네가 신경 쓰든 말든”. 등등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접속사는 반드시 동사가 포함된 문장을 데려와야 한다. 다시 말해 접속사란, 문장 내에 새로운 문자을 추가로 데려오고 싶을 때 문장을 데려와서 붙여 주는 역할을 하는 품사이다. 예컨대, “when I was having my lunch”, “although I’ve broken up with my girlfriend”, “as the price’s going up”, “whether you care or not” 등등.
자, 이제 본격적으로 Q영어독해 학습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는 전부 끝났다. 특히 이번 글 이후부터는 예문에서 덩어리를 마구 묶고 특정 품사라고 부르는 면에서 훨씬 거침없이 다가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