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리고 소외와 설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외면'당했던 메리 베넷에 대한 감상

by 서창현
MV5BMTU1MDY4OTU5OF5BMl5BanBnXkFtZTcwOTg5NzAyMw@@._V1_QL75_UX820_.jpg 콜린 퍼스와 제니퍼 엘이 주연을 맡은, BBC 방영작 <오만과 편견(1995)>는 동명의 원작 소설에 걸맞은 작품으로 호평을 얻었다.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은 이른바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소설입니다. 그에 걸맞게 영상화도 여러 차례 된 바 있는데,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역시 1995년 BBC에서 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콜린 퍼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 드라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최근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작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동기는 차고 넘쳤죠. 중년 배우로서의 콜린 퍼스만을 보아 왔지만, 젊었을 때의 퍼스도 현재 제가 알고 있던 소위 '젠틀맨'의 이미지 그 자체여서 왠지 모를 반가움이 들었더랬습니다. 보기 전부터 익히 상상이 되기는 했지만, 퍼스는 그야말로 '미스터 다아시' 그 자체였기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런던 거리에 여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전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엘리자베스 역시 똑똑하고 발랄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인물상은 물론, 또렷한 눈망울까지 소설의 묘사를 아주 잘 살려내었고 말입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를 위시한, 주연들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오히려 조연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는 제가 다 민망할 정도로 주책바가지인 베넷 부인, 베넷 부인에게 지분을 다 빼앗기지 않도록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민망하게 구는 리디아나 콜린스 씨 등이 대표적이었네요.


이처럼 시선강탈 그 자체인 여러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보면 볼수록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베넷 가의 셋째인 메리 베넷이었죠. 메리는 소설의 묘사에 따르면, 다른 자매들과 달리 '예쁘지 않은' 인물로 그 열등감을 지식을 쌓고 과시하는 것으로 풀고 있다는 식으로 언급됩니다. 다만 그 방향성이 항상 잘못되어서 늘 헛다리를 짚고 주변인들의 냉소를 사는 인물로 그려지죠. 소설 속 여러 등장인물들처럼 메리 역시 희화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이고, 사실 남녀 간의 갈등과 사랑이 메인인 이 소설의 줄거리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설을 읽을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메리 베넷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드라마 속 메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항상 뚱하고 굳은 표정으로 나오곤 하더라구요. 그리고 손아래 누이 두 명에게 치여 사는 모습도 정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사교계 모임에서 피아노 곡을 자랑스레 연주하지만 키티와 리디아가 '그 곡 말고 다른 거 연주해줘!'라고 무시하고 요구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동생들의 요구에 뻘쭘해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곡을 연주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불쌍해 보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별로 좋은 의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설을 읽을 때는 독자인 저에게조차 '외면'당했던 메리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록 작중에서는 냉소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불쌍한 인물이지만,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당시 '외모지상주의'의 시대에서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지켜 나가고자 했던 메리 베넷의 캐릭터는 결코 희화화할 수만은 없겠다는 자그만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네요.


현재 절반 정도 본 상태인데, 남은 절반 동안은 또 어떤 인물이 저에게 생각의 여지를 던져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미지 출처

오만과 편견 (TV Mini Series 1995) - Photos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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