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이름표를 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정도면 무르익었다 싶어 한편에 쌓아둔 뒤에도 익어가고, 그것도 모자라 늙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은 그래서) 감정은 말이 없다. 어쩔 수 없다. 수박 속이 붉은 건 타버려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냥 수박 속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이름을 붙여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그 이름은 아직도 나귀가 교통수단인 나라만큼이나 낯설고, 갈매기가 불시착해버린 사막만큼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될 수도 없을 무언가가 되려고 살다 보면 어김없이 폭탄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죽는다.
그러게 정성껏 쓴 편지가 대체 어찌 될 줄 알고 보낼 생각을 했어? 죽지도 않고, 죽어도 흐르지 않는 당신에게. 옛 애인에게. 어쩔 수 없었지. 나는 발신자, 당신은 수신자니까. 소리 없는 울음을 우는 밤. 그런 밤과 그런 아침. 그걸 부재중 발신 감정이라고 불러도 될까? 잠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