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경 Mar 10. 2019

졸업의 감촉

기형도 - 대학 시절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기형도, 대학 시절 (全文)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찌그러진 가방처럼 걷는 사람이 있고, 병원에 가면 꼭 서너 번씩이나 혈압을 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유독 겨울에는 더 그렇다. 플라톤을 읽을  울리는 총성.

  그리고 , 겨울은 매번 고무줄 터지듯 온다. 졸업도 그렇다.



2017년 대학원을 떠나며 썼다가 2019년에 다듬어




매거진의 이전글 오후 4시의 색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