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기형도, 대학 시절 (全文)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찌그러진 가방처럼 걷는 사람이 있고, 병원에 가면 꼭 서너 번씩이나 혈압을 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유독 겨울에는 더 그렇다. 플라톤을읽을때울리는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