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문장 p와 q 중 어느 하나라도 참이면 이들을 선언 연결사 ∨로 연결해 만든 선언문disjunction p∨q 역시 참이 됩니다. 두 문장이 모두 거짓일 때에만 선언문 역시 거짓이 되는 거죠. 이 선언문은 "p or q"라고 읽어요. 또 선언문을 이루는 문장들은 선언지disjunct라 부릅니다.
이런 선언문이 아닙니다 "박자가 빠르다"라는 문장과 "박자가 느리다"라는 문장 중 어느 하나라도 참이라면 "박자가 빠르거나 느리다"는 문장 역시 참입니다. 그렇겠죠?
그렇다고 "귀싸대기 박자가 빨랐어? 아니면 느렸어?"라는 질문에 "네, 참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더 맞기 좋습니다 선언문에도 교환 법칙과 결합 법칙이 성립합니다.
먼저 교환 법칙이 적용되니까 선언지 순서를 바꿔도 진리값은 변하지 않아요. "박자가 빠르거나 느리다"는 말이나 "박자가 느리거나 빠르다"는 말이나 같죠, 뭐. p∨q와 q∨p는 언제나 같은 진리값을 갖습니다.
결합 법칙에 따라 (p∨q)∨r 와 p∨(q∨r)도 진리값이 같아요. "박자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혹은 딱 맞다"는 문장과 "박자가 빠르거나, 혹은 느리거나 딱 맞다"는 문장은 의미가 같다고 보아야겠죠?
문장 p가 참일 땐 여기다가 아무런 문장 q를 대충 가져다가 선언문 p∨q를 만들어도 참이 됩니다. 선언지가 하나라도 참이면 선언문 전체가 참이 되니까요. 이런 걸 (선언지) 부가addition라고 해요. 그래서 실제로 박자가 느리다면,
박자가 느리거나 너는 대머리다
박자가 느리거나 1+1은 3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의 개수가 홀수이거나 박자가 느리다
이 문장들이 모두 참입니다.
부가를 통해 이처럼 참인 문장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정보력이 떨어집니다. 가령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p일 때 "p"라고 대답하지 않고 "p∨q"라고 대답하더라도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질문을 한 사람은 (그 대답 자체가 참이라는 걸 알아도) 도대체 p와 q 중에 어느 것이 참이고 거짓인지 (혹은 둘 다 참인지) 파악할 수가 없을 겁니다.
엄마 카드를 몰래 쓰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카드를 몰래 썼느냐고 묻는 엄마에게
카드를 몰래 썼거나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했어
라고 대꾸한다면 등짝 스매싱을 맞는다 거짓말하는 건 아닐지라도 엄마를 오도mislead하는 것이죠.
논리학을 엄마에게 쓰지는 말자
배타적 선언문exclusive disjunction이라는 게 있습니다. 배타적 선언 연결사 ⊻로 두 문장을 이어 만든 p⊻q는 오로지 문장 p와 q 중 어느 하나만 참일 때에 비로소 참이 돼요. 선언지가 둘 다 참이라면 배타적 선언문은 거짓이에요. (선언지 중 어느 하나라도 참이라면 곧 참이 되는 선언문은 배타적 선언문과 대비하여 포괄적 선언문inclusive disjun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배타적 선언문에 해당하는 일상 언어 문장은 뭘까요? 쉽게 떠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논리적 연결사가 꼭 일상 언어에서 사용하는 연결사와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 언어에 어울리지 않더라도 연결사를 임의로 정의해서 쓸 수 있어요. 안 될 이유가 없죠. 이를테면 문장 p#q는 오로지 p와 q가 둘 다 거짓일 때에만 참이 되고, 그 외의 경우에는 모두 거짓이 된다는 식으로요. 배타적 연결사가 나타내는 진리 함수는 그저 무수히 많은 진리 함수들 중 하나일 뿐이에요.
이렇게 함수는 정의하기 나름이예요. 일상 언어에 대응하지 않는 연결사도 만들어 내면 그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