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관하여, 1

2019년 9월 4일 아침

by 졸팍

성경의 창세기에 보면 천지창조의 과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이 세상을 빚어내는 수단은 다름 아닌 언어입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는 식이지요. 여기서 잠깐 신의 존재를 한편에 밀어두면, 먼 고대의 사람들이 말의 힘을 어떻게 여겼는지가 보입니다.

케케묵은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타박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섭섭함이 몰려왔습니다. "멋진 놈이라고 한 거 취소"라는 장난 섞인 한 마디가 건강하지 못한 내 마음을 날카롭게 찔렀습니다.

어리게 표현한 서운함을 친구는 어른스럽게 받아 미안함으로 돌려주었습니다. 그 사과 한 마디에 내 마음은 다시 차분해졌습니다. 아니, 민망함과 미안함이 더해졌지요.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들어준 친구의 마음에 변화가 있었던가요. 진척 없이 반복되는 고민에 조금은 지쳤을지언정, 그의 타박이 나를 위한 마음의 또 다른 표현임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나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상했고 또 회복했던가요.

지난밤 이 고민에 뒤척이다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천지창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세계관을 짓는 말. 그래서, 친구에게 제대로 말해야겠습니다. 고맙다고요.

- 예쁜 글씨를 빌려주신 DM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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