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창세기에 보면 천지창조의 과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이 세상을 빚어내는 수단은 다름 아닌 언어입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는 식이지요. 여기서 잠깐 신의 존재를 한편에 밀어두면, 먼 고대의 사람들이 말의 힘을 어떻게 여겼는지가 보입니다.
케케묵은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타박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섭섭함이 몰려왔습니다. "멋진 놈이라고 한 거 취소"라는 장난 섞인 한 마디가 건강하지 못한 내 마음을 날카롭게 찔렀습니다.
어리게 표현한 서운함을 친구는 어른스럽게 받아 미안함으로 돌려주었습니다. 그 사과 한 마디에 내 마음은 다시 차분해졌습니다. 아니, 민망함과 미안함이 더해졌지요.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들어준 친구의 마음에 변화가 있었던가요. 진척 없이 반복되는 고민에 조금은 지쳤을지언정, 그의 타박이 나를 위한 마음의 또 다른 표현임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나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상했고 또 회복했던가요.
지난밤 이 고민에 뒤척이다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천지창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세계관을 짓는 말. 그래서, 친구에게 제대로 말해야겠습니다. 고맙다고요.
- 예쁜 글씨를 빌려주신 DM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