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관하여, 2

2019년 9월 7일 새벽

by 졸팍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시니피에(Signifie, 기의)와 시니피앙(Signifiant, 기표)이라는 개념으로 언어를 설명합니다. 시니피에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라면 시니피앙은 그 대상을 지시하는 기호랄까요. 이렇게 구분해놓고 보면 언어가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본질을 잘 담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머릿속에 있을 땐 꽤 근사했던 생각이 막상 글로 옮겨지면 비루해지는 것처럼요.

나의 마음이 어지러울 때 늘 의지하던 선배가 이번에는 모처럼 자기 근심을 내보였습니다. 마음의 부채를 갚을 기회라는 다소 이기적인 동기로 귀를 기울였으나 이내 낙담했습니다. 내가 감히 겪어보지 못한 일로 가늠할 수 없는 감정에 젖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내 마음에 밀려온 그것은 슬픔이었을까요, 안타까움이었을까요. 혹 미안함은 아니었을까요.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감정을 담을 말을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그 기의를 오롯이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에 가는 길에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바람에 부드럽게 쓸려 흔들리는 풀, 귓가에 스치며 들리는 소리가 그것의 존재를 분명하게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설프더라도 역시 말해야겠지요.
적어도 내가 당신과 마음의 짐을 나누고자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의 글을 남깁니다.

- 예쁜 글씨와 영상을 빌려준 DM과 유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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