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근처에 오래된 분식집이 하나 있습니다. 급성장했던 사회에 적응을 못한 탓일까요. 높은 빌딩들 사이 혼자 나지막이 앉아 있는 가게는, 우리가 자라지 않았던 그 언젠가에 여태껏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낮은 지붕에는 엉성하게 자란 호박넝쿨이 겨우 매달려 있습니다. 반쯤 땅에 잠겨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갓 만들었을 때에도 딱히 세련되지 않았을 법한 메뉴판이 걸려 있고요, 몸을 숙여 들어온 손님들로 복작복작합니다. 줄여 말하자면 참 정겨운 가게입니다.
비가 오던 날 계란을 푼 라면이 생각나 이곳을 찾았습니다. 배가 고팠던 터라 삶은 계란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삶은 후 차가운 물에 담그지 않았는지 아주 잘게 조각나는 껍질에 불편이 여간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은 찐득하고, 낡은 식기는 그다지 청결하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분식이란 음식이 편차가 크지 않은 터라 맛도 그냥 평범합니다.
다른 곳이었다면 불평해야 마땅할 점들이 이 가게에서는 용서가 됩니다. 아니, 그 부분들마저 매력이라고 느껴지니 참 이중적입니다. 가게 이름이 "고모네"임을 감안해도 말이죠. 대체 정겨움과 낡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러 지인들의 의견을 청취해보니, 사람들이 앞서 언급된 "고모네"의 모습들로부터 옛 정취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학교를 마치면 꼭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를 먹던 기분을 느낀다나요.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요. 옛날과 같이 꾸밈없는 모습을 한 가게에서, 우리는 느긋하게 기억을 더듬으며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정재승, 열두 발자국, 어크로스,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