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모든 것이 자못 분명해 보였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고치면 될 텐데 고쳐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참 원론적이고 진취적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지식과 경험이 늘어갔습니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모든 것에 답을 내리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애매한 내가 모호하게 세상을 봅니다.
지금도 나는 이 글을 쉽게 쓰기를, 사람들이 쉽게 읽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이 쉽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양가적 모습, 분명하지 못한 나는 괜찮은 걸까요?
오늘 내내 고민해보니 뚜렷하지 못한 것도 이하의 두 가지 이유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먼저, 소크라테스가 역설하듯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즉 "무지의 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깊은 통찰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모호한 어떤 것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마무리할 때 우리의 마음은 시원한가요, 섭섭한가요? 이런 이중적인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시원섭섭”이라는 아주 놀라운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웃프다”라는 말도 지었지요.
그러니까 지금 꼭 답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조바심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원래 어려운 것이 세상 모습이고, 포기하지 않고 고민을 쌓다 보면 통찰력과 묘수에 닿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