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에 관하여

2019년 12월 7일 밤

by 졸팍

얼굴을 에는 바람에 절로 몸이 움츠러듭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집에 들어와 얼얼해진 손을 씻으려다 화들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덴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지만, 사실은 그 물이 그리 뜨겁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한겨울 차가운 손에는 미지근한 물도 뜨겁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렇다면 뜨거운 것은 무엇인가. 어디까지 따뜻한 것이고 어디부터 차가운 것인가. 따뜻함의 정도, 온도에 관한 생각입니다.

우리 피부에 있는 냉점과 온점은 영하 1도, 영상 1도와 같은 특정 온도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온도의 변화를 감지한다고 합니다. 미지근한 물에 덴 듯한 착각은 이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과학적 정의는 따로 있겠으나, 일상적으로 말하는 온도는 상대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한 연장자분이 업무적으로 무리한 주장을 하기에 미온적인, 아니 냉정한 태도로 답했습니다. 그날 이후 나와 내외하는 그분을 보며 속이 참 좁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진한 실적 탓에 계약직이던 그분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불안정해 요동치는 마음은 끓는 물 같았을 것이고, 그 마음에 냉정한 답변은 아마 얼음처럼 차갑지 않았을까.

우리 사이의 온도를 다시 올려놓은 건 사소한 말 한 조각이었습니다.
"부장님, 요즘도 많이 바쁘시지요?"
엘리베이터에 둘만 남아 어쩔 수 없이 건넨 참 미적지근한 인사치레였으나,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 일을 모른 체하며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슴속에서 말이 넘쳐 나오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때로는 상대방을 위한 조언, 때로는 소위 "팩트"라는 포장을 씌우려 하지만 실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은 것뿐임을 압니다.

그럴 때 우리, 감기에 걸린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보듯, 앞에 있는 이의 마음의 온도를 먼저 재어 보면 어떨까요.


(티는 잘 안 나지만 꽁꽁 언 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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