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류(亂流)의 사정

2020년 3월 31일 밤

by 졸팍

그날은 엄마의 롤 빗에 엉킨 머리칼처럼 머릿속이 잘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았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딘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자 문득 지금의 생활이 역해졌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닌데, 이대로 괜찮은 건가. 이렇게 흘러가면 어디에 닿을까.

머리를 식히러 간 성북천 한 귀퉁이에서 돌들에 부딪히는 물을 보았습니다. 유난히 돌이 많던 그곳에서 물은 이 돌에 치여 저리로, 저 돌에 치여 이리로 튈 뿐 방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불안을 한참 보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 즈음 멍해진 눈을 들어 초점을 멀리 던졌습니다. 돌들을 지난 물이 보였습니다. 얼마나 오래 부딪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물은 나아갔습니다.

그길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나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선 얽힌 생각을 글에 흘려보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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