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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태한개츠비 May 01. 2020

당근마켓 로켓 되려나

며칠 전 당근마켓 트래픽이 11번가와 위메프를 넘었다는 뉴스 헤드라인을 봤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할 때 종종 사용했는데 11번가를 넘어설 정도의 유입이 있었던가. 


일단 뉴스를 찾아보니 당근마켓의 4/10 기준 DAU가 156만 명으로 쿠팡 397만 명 다음 두 번째이며, 그다음으로 11번가 137만 명, 위메프 109만 명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의 3월 MAU는 446만 명이라 MAU를 기준으로 한다면 11번가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성장 속도를 봤을 때 앞서는 것은 시간 문제지 않을까 싶다. 하루의 기록이지만 전국 대상이 아닌 지역을 기반한 일반인의 중고거래 서비스가 지역의 구분 없고 판매상품도 더 다양한 종합 오픈마켓의 트래픽을 이겼다니..  어쨌든 유의미한 기록임은 분명하다.


기사를 보다 보니 궁금증이 생겨 당근마켓 지표들을 좀 더 살펴봤다. (지표 참고 기사) 주요 사용자는 성별 기준 여성 (66.1%)이며, 여성의 연령 기준 40대 21.9%, 30대 19%, 50대 15.5%로 3040 여성이 주요 사용자이다. 월 실행일 수가 20일 이상인 Heavy User의 경우 여성이 74.2%, 여성중 50대 30.1%, 40대 23.3%, 30대 15.2%로 Heavy User는 5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용성 데이터를 살펴보면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 3.16 시간 (중고거래 앱 평균 2.93시간), 한 달 기준 평균 앱 실행 빈도는 20일 (중고거래 앱 평균 9.32일)로 중고거래 앱 경쟁자 대비 사용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당근마켓의 성장과 서비스를 보면서 생각난 점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1. 이것은 중고거래 플랫폼인가 커뮤니티 서비스인가 


'당신 근처의 따뜻한 지역 거래 마켓'의 의미를 가진 당근마켓이 지금까지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중고거래 서비스이지만, 지역을 기반해 GPS 인증 후 해당 지역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차이점만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대표 인터뷰 기사나 다양한 기사들을 확인했을 때 중고거래 트래픽을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것이 주요 방향성인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한 달 기준 평균 앱 실행 빈도 20일은 많은 사용자들이 매일 들어오는 생활 서비스가 된 것이다. 


당근마켓의 경쟁우위는 무엇일까? 


중고나라의 사기 거래는 종종 이슈가 되며 중고 거래에 불신을 만들었다. 중고나라는 안심거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경우 지역에서 직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당연히 직접 만나서 상품을 확인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 사기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든다. 그리고 일반 사업자가 판매하는 형태를 금지하고 있다.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문제가 될 만한 상품을 걸러낸다. 개인 프로필에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기반한 매너온도라는 개인 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지표를 반영했다. 에어비앤비의 슈퍼호스트/리뷰 등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기반한 직거래는 사용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었다. 그리고 중고거래를 위해 유입된 트래픽을 주기적 방문하는 트래픽으로 락인했다. 이에 주요한 요인은 고객의 특성에 기반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당근마켓과 함께 사용하는 앱 중 육아 관련 앱이 많다는 기사를 참고하면 육아를 하는 엄마나 아빠의 트래픽이 주기적 방문과 거래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도 아이 장난감 구매를 위해 처음 당근마켓을 접했었다. 그리고 기존 커머스의 시스템 (택배, 결제, 정산 등)을 활용한 서비스는 50대 이상의 사용자에게는 Hurdle이었을 것인데, 직거래라는 단순함이 50대 이상의 사용자도 플랫폼에 묶을 수 있는 이유였을 것이다. 당근마켓은 거래 트래픽을 Lock-in 하고 커뮤니티 서비스로 진화하기 위한 양질의 트래픽과 사용성이 필수 요건일 텐데, 어느 정도 비중으로 초기 거래를 위한 유입이 서비스에 남는지는 모르겠으나 경쟁자 대비 양질의 사용성을 보이는 것은 이들의 경쟁우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양면시장에서 초기 전략은 어떻게?


초기 마케팅을 보니 신규로 오픈하는 지역에 상품권 등의 Benefit을 제공하며 판매자를 먼저 모집하고, 판매자가 모집된 후 구매고객 들을 모집하는 형태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양면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하고 양쪽 모두 플랫폼에 중요한 고객 집단이다. 플랫폼의 강점은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어야 하고, 이를 구매하기 위한 양질의 트래픽이 유입되어야 한다. 가끔 공급자와 수요자를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얘기가 오가긴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다 잘해야 합니다."는 "전략이 없습니다."와 같은 말이다. 따라서 순서가 있어야 한다. 양쪽 모두 플랫폼에 중요한 고객이다. 하지만 판매되는 상품이 없다면 구매자들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 따라서 첫 번째는 판매되는 상품의 구색을 갖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의 트래픽과 상품 DB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당연히 판매자는 구매자가 없는 플랫폼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초기 Cold Start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Incentive를 준비해서 판매자의 유입을 유도해야 하고, 이후 구매자들을 유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3. 사용자가 제일 중요해! 


커머스 기업의 메인 지표는 거래액과 MAU와 같은 트래픽이다. 하지만 이 지표만을 놓고 경쟁한다면 마케팅비를 부어 넣고 일회성 트래픽과 거래액을 양산해내기 쉽다. 이미 많은 커머스 업체에서 이렇게 경쟁하지 않았던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질의 트래픽과 거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당근마켓의 경우도 거래액이나 매출액은 11번가나 기존 중고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수준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커머스 앱으로 포지셔닝하기보다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당근마켓은 로컬 지역기반 광고 플랫폼이다. 고객들은 로컬을 중심으로 거래할 수 있고, 다양한 지역소식 (양질의 광고의 경우 고객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을 확인할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내게 필요한 로컬을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하면 이보다 효율적 광고 플랫폼이 없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던가, 신규 오픈한 매장을 홍보한 다던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플랫폼 내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트래픽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시점의 트래픽과 성장세를 보아서는 훌륭한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 본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공감대를 기반으로 흥미와 재미를 느낀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맘 카페 또는 익명 기반의 기업 커뮤니티 서비스 블라인드일 텐데, 당근마켓은 지역이라는 공감대로 트래픽을 훌륭히 모아놓은 것 같다. 아주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을 텐데, 트래픽이 기반되지 않으면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 내 직거래를 기반으로 트래픽을 모으고 커뮤니티 서비스로 진화해 나간다는 것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4. 앞으로도 지금의 성장과 콘셉트가 Sustainable 할까?


현재까지 잘 성장해왔고, 국민 앱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성장과 경쟁우위는 지속 가능할까? 


지금 잡아 놓은 서비스 콘셉트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정해진 가격에 거래하고 서로 얼굴 붉히거나 불편한 일을 만드는 것이 싫다. 직거래의 경우 애매한 상황을 만들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구를 거래한 적이 있는데, 구매자와 이야기를 마친 후 거래는 남편이 직접 찾아와 가격을 지불하고 가구를 가져가기로 했다. 거래 시간 임박해서 구매자에게 연락이 왔다. '가격이 비싸다' 등의 이슈로 남편이 아내에게 화를 내면서 집을 나갔다면서 추가 네고가 가능한지를 물어온다. 사실 이미 충분히 싸게 준 가격이었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니 가격을 추가로 네고해줄 수밖에 없더라. 직거래가 아니었다면 그냥 네고 없이 물건을 보내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직거래에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이 추가되어야 할 것인데, 지금 서비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트위터가 초기 글자 수 제한 정책을 바꾼 것이나, 동영상 서비스 대응을 하기 시작한 것 같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많은 부분이 기존과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진다 하더라도 또 다른 전염병이 돌 수 있고, 사람들은 더욱 움츠러 들고 비대면 문화가 성장할 것이다. 특히 언택트(Contactless)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직거래라는 콘셉트도 변화에 맞춰 변화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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