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차인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용서는 기억 위에 피어난다

by 필민


용서는 기억 위에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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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은 2009년 『잘가요 언덕』의 개정판이다. 위안부 피해자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인간의 고통, 사랑, 용서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지만 동화같이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이며, 주인공은 순이와 용이이다. 이들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용서, 기억과 치유라는 주제를 상징적 요소를 통해 풀어냈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독자에게 장면을 보여주는 듯 나레이션과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절제된 언어로 구사하고 있다.


용이는 백호에게 엄마와 1년도 안된 동생을 잃었다. 복수를 위해 마을에 오지만, 순이와의 정서적 관계를 통해 분노에서 생명 존중의 감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순이는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가고, 용이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군 진지를 폭파한다. 가까스로 순이와 함께 도망치지만 결국 헤어진다. 70년의 세월이 흐른 뒤, 필리핀에서 ‘쑤니 할머니’로 불리며 살아온 순이는 고향으로 돌아와, 잊고 지냈던 용이의 온기를 마주한다. 그의 흔적이 담긴 나무 조각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따뜻하다. 엄마별.”


이 소설은 ‘엄마별’, 호랑이, 안개, 나무 조각 등 다양한 상징을 통해 사랑과 이별, 용서와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포착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연결의 의미를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와 삶의 회복력에 대한 메시지가 독자의 마음을 오래도록 울린다.


한편 용서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용이는 “상대가 빌지도 않는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용서는 백호가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라는 순이의 답은 함축적인 문장이다. 이는 가해자의 사과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 스스로 평화를 선택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작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위안부라는 역사적 비극을 선정적이거나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절제된 시선으로 풀어낸다. 과거의 아픔과 더불어 미래를 향한 희망을 함께 이야기한다.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통해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치유임을 강조한다.


60이 넘은 나이에 접한 이 소설은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오버랩된다. 위안부를 주제로 사랑을 다룬 드라마와 전쟁중이었지만 아군과 적군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평화가 대비되는 영화이다. 책을 읽다보면 두 영상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아픈 역사를 잊힐 만큼 발전한 오늘, 우리는 그 과거를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한강 작가의 잊고 싶은 현대사를 소개한 소설이 노벨상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문학적으로 다룬 이 책이 영국 옥스포드대 필수도서로 선정됨으로 K-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일본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과거 '위안부 문제'에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아직까지 없다. 정여울작가는 『공부할 권리』(2016) 에서 위안부 문제는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고 했다. 성폭력과 학대는 일본군의 책임이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에게 냉대와 경멸은 한국인이 떠맡아야 할 과제라고 제시한다. 결국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을 빌려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고통의 역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용서와 치유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보여준다. 작가는 배우였지만 독서와 통찰을 통해 작가로 변신하고 있다.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소설이다.


역사에 관심 있고 청소년이 있는 가족이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용서와 화해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과 글쓰기를 시작하며 '진심을 쓰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마음 한켠에 먹먹함이 머물다 지나가면 시원함 마저 드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어디서든 같은 별을 바라볼 날을 기대해 본다.


추가:

2025년 8월 4일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신진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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