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뭘 알겠어?“라는 말에 대하여

by 필민

이것저것 배우고 연습하며 경험을 쌓고, 4개월 넘게 인테리어를 하며 마침내 가게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는 커피가게가 많지 않았다. 특히 직접 원두를 볶는 집은 거의 없었다. 길 건너편은 24시간 영업하는 상업지대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유흥가였다. 반면 내가 가게를 낸 건물은 신축 오피스텔이었다. 손님 중에는 거친 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내 커피를 두고 “태운 보리물 같네요”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돌아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니가 커피를 알어?’ 그때 나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5년 가까이 공부하고 준비했으니, 이제는 완벽하다고 믿었다. 학습과 훈련, 체험, 음악 선정과 그릇 고르기, 메뉴 구성까지 — 모든 게 잘 갖춰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난 내 자존심은 6개월 만에 무너졌다.


그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쓰던 기계가 일본산이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으로 배우러 갔다. 그 생활은 반년쯤 계속됐지만, 언어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더 깊은 질문과 답을 원했지만, 영어로 질문하고 일본어로 답을 듣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엔 커피 관련 책이라면 무조건 사서 읽었다. 읽고, 생각하고, 실습하고, 다시 생각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공부를 계속하면서 나는 점점 말수가 줄었다. 예전엔 자신 있게 말하던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기술이 쌓일수록 원리는 단순해지고, 그 원리를 구현하는 방법은 무수하다는 것도 알았다. 하면 할수록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묻는다.

“커피 하는데 무슨 공부가 필요해요? 그렇게 하고도 또 공부해요?”

어느 수학 선생님이 말했다. “공부를 해본 사람은 왜 하는지 안다.”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조금 알 것 같다.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공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커피뿐 아니라, 무엇을 하든 공부는 삶에 가치를 더한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고급지게 늙을 준비가 되었는가.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가.


배운다는 건, 모르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모른다는 걸 아는 순간, 비로소 배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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