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깊어지는 기쁨

by 필민

도전은 어려울수록 맛이 난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오기가 발동하고, 다시 도전하게 된다. 그런데 커피의 세계는 겉보기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카페 창업은 비교적 쉽게 결심한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하면 곧 난관에 부딪힌다. 가장 큰 벽은 매출이다. 커피를 잔으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가게 유지비를 고려하면 하루에 100잔은 팔아야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나는 커피를 볶는 일도,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일도 어렵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꾸준히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패를 거듭할수록 더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커피를 볶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향과 맛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은 조리 중에도 간을 맞춰가며 조절할 수 있지만, 커피는 그렇지 않다. 볶는 중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멈춰야만 상태를 알 수 있다. 추출 또한 마찬가지다. 머신으로 내리는 에스프레소는 맛을 보고 손님에게 내줄 수 없다. 오로지 추출구에서 떨어지는 색과 흐름으로 판단해야 한다.


나는 후배들에게 커피 볶기를 설명할 때 달걀 삶는 예를 든다. 삶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노른자의 익힘과 흰자의 굳음, 남은 수분의 양이 달라진다. 고구마처럼 젓가락으로 찔러 익힘을 확인할 수 없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볶는 도중에는 완성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처음엔 향이 어떻게 발현되는지조차 감이 없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향을 제대로 끌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아마 이 점이 내가 커피를 포기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커피는 단순히 커피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내게 커피는 직접 맛보아야만 알 수 있고, 눈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존재다. 해마다 다른 생산지의 품질과 향미를 기대하며 수확을 기다린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 두었다.


어려울수록 깊어졌다.

그 깊음이, 나에겐 기쁨이었다.


작은 성취가 쌓일수록, 나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단순한 습관이 아님을 깨닫는다. 내 감각과 마음을 깨우는 일상이 되어, 이제 다음 단계—나이 들어서야 알게 된 커피의 시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

이전 06화“니가 뭘 알겠어?“라는 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