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교육을 받고 카페를 열기까지, 약 다섯 해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책으로 공부하고, 독학으로 기술을 익히며, 하루하루 연습을 거듭했다. 커피를 몸으로 배우기 위해 바리스타로 일도 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일할 곳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제법 큰 제과점의 커피 파트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름만 커피 파트였을 뿐, 실제로는 빵과 케이크 판매가 주 업무였다. 하루 종일 포장지를 접고, 선물용 리본을 묶으며 시간을 보냈다. 바쁜 연말이 지나자 일을 그만두었다. 그 즈음, 함께 커피를 배우던 언니들과 ‘와인나라’에서 주최한 소믈리에 과정을 듣게 되었다.
와인은 알코올만 빼면 커피와 닮았다. 향을 맡고, 여운을 음미하며, 사람의 감각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일.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지만, 향에 집중하는 일은 누구보다 즐거웠다.
2006년 이른 봄에 소믈리에 과정을 마친 뒤, 우연히 EBS 프로그램 〈살림의 여왕〉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다. 주제는 ‘와인’이었다. 작가 세 분이 집으로 찾아와 와인을 시작한 계기와 즐기는 방식을 물었다. 이야기 끝에 자연스럽게 커피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테라스 한쪽에는 1킬로그램 용량의 상업용 로스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작가들은 커피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일본 커피투어를 다녀온 일, 커피를 배우며 커피를 좋아하지 않던 남편에게 매일 한 잔씩 권했던 일 등, 커피로 이어진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방송은 와인이 아닌 ‘주부 바리스타’ 편으로 바뀌었다. 방송 분량은 약 40분. 사회자는 배우 견미리였다. 하필 내가 앉은 자리는 등받이 없는 높은 바(bar)용 의자였다. 녹화 내내 의자가 빙글빙글 돌아가 신경이 쓰였다. 짧은 다리로 균형을 잡느라 애를 먹었다. 쉬는 시간에 “의자가 자꾸 돌아가요”라며 웃으며 제작진에게 투덜대기도 했다. 의자는 끝내 바뀌지 않았지만, 녹화는 한 번의 NG도 없이 무사히 끝났다.
예상치 못한 방송 출연이었다. 그러나 그 경험은 나의 커피 생활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커피에서 잠시 벗어나 있었던 그 모든 시간 — 제과점의 분주함, 와인의 향, 방송의 낯선 긴장감 — 이 나를 커피로 다시 이끌었다.
커피 바깥의 경험들이 결국 나를 커피 안으로 단단히 밀어 넣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